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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1세기에도 총이 나를 지켜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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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1세기에도 총이 나를 지켜줄까

입력
2012.04.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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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넓은 땅에 워낙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아서 그런지 별의 별 사건, 사고가 다 일어나는 나라다. 그 가운데 특히 두드러진 것이 총기 사건이 흔하다는 사실이다. 해마다 3만 명 이상, 그러니까 하루 100명 가까이가 총에 맞아 숨진다.

6일에도 오클라호마의 털사에서 다섯 건의 총격이 있었다. 용의자 2명이 백인이고 사망자 3명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인종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월에 플로리다 샌퍼드에서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이 백인 방범대원의 총에 맞아 숨진 것도 인종 문제의 성격이 강하다. 후드티 입은 소년을 범죄자로 지레 짐작한 방범대원의 경솔한 허세를 먼저 탓해야겠지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왜곡된 인종 의식이 자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계 고수남씨가 대학에서 총기를 난사해 일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사회부적응과 동료들의 따돌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새해 첫날 레이니어산국립공원에서 순찰대원을 총으로 사살한 범인은 이라크전에 참전한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증오, 사회부적응, 따돌림 같은 문제가 총기를 통해 분출된 것인데 그래도 총기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쉽게 사람을 죽이진 못했을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개인이 소유한 총기는 2억 정 정도로 추산된다. 일부 주가 허가증 소지자에 한해 총기 구매를 허용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범죄 전과가 없는 18세 이상 성인은 자유롭게 총기를 구할 수 있다. 웬만한 가정에 총기가 비치돼 있는데, 돌려 말하면 그만큼 쉽게 총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처럼, 총기에 의해 많은 사람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 미국에서도 총기 규제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잠시 그러고 말뿐, 구체적 행동으로는 나아가지 못한다. 흔히 미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를 그 이유로 든다. NRA가 엄청난 자금을 동원, 정치권에 로비를 해 총기 규제를 무산시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99년 4월 컬럼바인고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이 총기 규제를 담은 법안을 제출했지만 논란 끝에 폐기되고 말았다. 그가 2000년 대선에서 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총기 문제를 건드려 NRA의 미움을 받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하지만 NRA가 아무리 막강해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면 로비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총기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대한 미국의 생각이 아직 절실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총기 소유 옹호론자들은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제2조를 여전히 강조한다. 제정된 지 221년이 지난 이 조항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백인의 미국 개척, 서부 개척 역사와 함께 한다. 유럽의 백인이 대서양 넘어 낯선 땅 미국에 도착해 거주지를 건설하고 농경지를 개척하며 야생동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해준 게 총이라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미국 개척, 서부 개척이 총기로 원주민을 쫓거나 죽이고 이권 다툼을 한 것이지만 어쨌든 치안과 질서가 확립되기 이전 그들은 총으로 자신과 가족을 지켰다.

나와 가족을 지켜준 총. 하지만 그것도 1700년대, 1800년대의 일이다. 총기에 대한 미국 사회의 관대한 태도는 과거에 확립된 관념을 지금껏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 잃은 여인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일부다처제가 이슬람문화권에서 아직 성행하는 것이 의아하듯, 총기가 사람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지금도 위력을 발휘하는 것 또한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총으로 나를 지키는 것과, 그 총으로 남을 죽이는 것은 동기와 목적은 완전히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할 수 있다. 나의 생명이 소중하듯 타인의 생명도 소중한 21세기에 저렇게 많은 총기가 제재 없이 통용되는 것이 안타깝고 답답하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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