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베이징 중국국가대극원(NCPA)의 무대는 청출어람의 자리가 될 것인가. 6일 막 내린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이 제공한 나흘의 시간은 머잖아 이어질 중국 공연의 성공을 예감케 했다. 국가대극원 무대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보다 더 크긴 하다. 특히 높이는 오페라극장보다 11m 더 높은 25.8m다. 그러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에 쏟아진 열광적 커튼콜은 의례의 차원을 넘어 있었다.
"지난해 4월 '시몬 보카네그라'로 입증된 한국-이탈리아의 팀 워크를 재현한다는 의도가 들어맞았네요." 평론가 장일범씨의 말은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제작 주체로서 다시 한번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특히 관습적 화려함을 답습하지 않은 소박함, 주인공들의 쓸쓸한 뒷모습에 초점 맞춘 독특한 시각이 빛난 제2막의 크리스마스 시내 풍경 장면은 덜 드러냄으로써 더 감동적인 무대의 미학을 입증했다. 이른바 "현대적 변용"을 앞세운 의욕 과잉의 무대를 반성케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건물을 상징하는 10여m의 구조물이 작품 전개에 따라 움직이면서 빚어내는 사실감, 시대 고증을 거친 의상을 입은 군중 장면 등은 리얼리즘의 미덕을 그대로 보여줬다. 모든 배역들은 아무리 후미진 데 있더라도 끊임없이 뭔가를 연기하고 있었다. 전지영과 함께 더블 캐스팅으로 팜므파탈 무제타를 연기한 소프라노 박은주는 "음악만은 순수해야 한다며 의도성을 배제하고, 깔끔하게 해달라는 지휘자 정명훈씨의 요구가 적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출연자가 116명으로 일명 '무제타의 막'인 제2막에서 빛난 그는 정명훈 지휘자와의 첫 오페라 무대가 성공리에 마무리된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홍주영 등 신진을 적극 기용한 캐스팅 전략도 성공의 요인으로 꼽혔다. 장씨는 "성량이 큰 데다 가사마다 서로 달리 포인트를 줘 노래한 홍주영의 유려한 레가토 리릭(소프라노), 강요셉의 찌르는 듯한 레체로(테너) 등은 매번 무대에서 똑같은 수준을 유지해 객석에 안정감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해외에서 활동중인 오페라 가수들 중 훌륭한 인재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죠. 기존 우리 오페라를 반성케 하고 국립오페라단의 미래를 제시한 자리였어요."
이제 남은 것은 5월 11~13일, 모두 세 차례 베이징 NCPA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칠 중국 공연이다. 정명훈씨가 중국중앙가극원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중국 국가대극원 어린이합창단이 등장하는 등 공연 환경이 싹 바뀌게 된다. 주요 배역만은 한국 성악가 그대로 갖고 가는 이번 중국 무대는 국립오페라단의 창단 50주년에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뜻도 얹혀져 있다. 부쩍 늘어난 높이가 주는 공간감이 작품 전체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궁금해 진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