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받아야 할 원고를 간절하게 참 철없이도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예상대로 선생님이셨고 예정대로 원고 쓰기가 벅차다는 말씀이셨다. "도무지 선거 앞두고 펜이 손에 안 잡힌다. 인터넷 들락거리느라 정신이 없구나. 일주일만 더 다오."
그리고 바로 그 결전의 날, 선거철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 사실인데 이번 선거는 생각보다 조용히 시작됐다 끝나는 듯싶다. 선거에 집중하지 못할 만큼의 중대한 사건사고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스물두 번째 희생자로 정리해고자 이윤형씨의 빈소가 차려졌고, 제주도 강정마을 구럼비에서 해경과 실랑이 중 문정현 신부가 추락했고, 도무지 권좌에서 내려올 줄 몰랐던 조현오 경찰청장을 단숨에 끌어내릴 만큼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그밖에 이 정권 아래 지금도 연일 계속되는, 우리들이 직간접적으로 봉착해 있는 어려움들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귀가 먹은 것도 아닌데 살려 달라 외치는 사람 말을 나 몰라라 외면하다 끝끝내 맞닥뜨려야 했던 한 여인의 죽음, 어쩌면 이 나라 이 정부 아래 우리들의 형국이 바로 그런 모습은 아닐는지. 간만에 계란 세례 장면을 목격했다. 선거를 축제로 받아들이기에 우리의 갈 길은 좀 먼 듯도 하다만 어쨌든 내 집안 일이고 내 가족 일이라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터, 누구보다 오늘은 날 위해 목욕재계하고 투표소 가는 날!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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