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들썩이게 했던 우리 민속악의 정수, 시나위가 고향 땅의 귀를 찾아 돌아왔다. 박종선(71ㆍ아쟁), 김청만(70ㆍ장구), 김무길(69ㆍ거문고), 정화영(69ㆍ장구), 원장현(61ㆍ대금) 등 1970~1990년대를 휘어 잡았던 당대의 명인 8명과 민속악단 단원 23명이 12, 1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온고지신'이란 무대로 다시 한번 갈채를 예고한다.
70~90년대 이들은 펄펄 날던 20~30대였다. TV 프로그램 등을 누비며 국악 활성화를 주도한 바로 그 신명으로 이들은 지난해 5월 함부르크,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쾰른 등 독일 4개 도시를 돌며 7번의 신기 어린 무대를 펼쳤다. 명인과 그 후예들이 한자리에 둘러 앉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을 벽안의 사람들이 알았을 턱이 없다. 한 순간에 장내의 모든 것을 앗아간 귀기는 만국 공통어였다.
전 바탕 연주 프로젝트의 하나로 국립국악원이 지난 3월 시작한 이 기획 무대는 이름 그대로 옛 것을 토대로 새 것을 얻는 자리다. 산조 합주를 비롯해 대풍류와 시나위 등 전통과 즉흥이 서로를 탐하는 민속 기악 합주의 실체가 철학박사 최종민씨의 입담과 함께 풀려져 나온다.
이번 무대의 자랑이요 진풍경은 민속악 신ㆍ구 세대 간의 경연이다. 공식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민속악 배틀'은 듣는 이를 잡죄는 민속악 특유의 마력을 선사한다. 귀신에게 신명을 의탁하는 무속 음악을 닮아, 이들은 사전 협의는커녕 연습 한번 안 한다. 그날 만나 공연 직전 조성이나 장단 한번 맞춰 보고 곧바로 판을 벌리는 시나위 본래의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원장현씨의 아들로 현재 민속악단 단원인 완철(38ㆍ대금)씨를 비롯해 피리,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타악 주자들이 산조의 기본 틀에 개인적 기량을 펼쳐 보인다. 45분 동안 펼쳐질 '산조 합주'는 재즈가 울고 갈 즉흥의 향연이다. 민속춤의 반주 음악으로도 잘 알려진 관악 중심의 '대풍류'는 15분 동안 또 다른 맛을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의 문화기부 사업인 '객석으로 나누는 사랑' 공연의 하나.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청소년, 다문화 가정, 그리고 복지 시설과 복지 단체에서 관람을 신청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02)580-3396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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