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고정관념을 파괴한 김기태 LG 감독의 파격 용병술은 어디까지일까.
삼성과의 개막 2연전을 쓸어 담은 김 감독은 "이래서 야구는 모른다"고 말했다. 1승1패도 버거워 보이던 LG에 12년 만의 개막 2연승을 선사한 김 감독은 획기적인 선수 기용으로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했다.
지난 8일 삼성전에서 김 감독의 쇼킹한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0-0으로 맞선 4회 2사 후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왼손 선발 이승우를 내리고 오른손 유원상을 올린 것. 3번 이승엽, 4번 최형우로 이어지는 당대 최고의 왼손 거포를 상대로 김 감독은 정반대의 카드를 택했다. 유원상은 이승엽을 2루수 쪽 내야안타로 내보냈지만 최형우를 좌익수플라이로 처리한 뒤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7회 류택현에게 마운드를 내 줬다.
7일 개막전에서도 김 감독은 6-1로 앞선 7회 올린 잠수함 투수 우규민을 8회 이승엽까지 상대하게 하고 4번 최형우 타석 때 왼손 이상열로 교체했다. 왼손 타자에 왼손 투수, 오른손 타자에 사이드암 투수를 기용하는 투수 교체의 전형을 파괴한 변칙이었다. 또 6-3으로 쫓긴 8회 2사 1ㆍ3루 위기에서는 한희를 필승 계투조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검증되지 않은 불펜 사정상 그나마 마무리투수로 돌린 강속구투수 리즈의 한 템포 빠른 투입이 예상됐지만 김 감독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찌됐든 결과는 이틀 연속 대성공이었다. '학습 효과'와 김 감독의 확고한 야구 철학의 승리였다. 삼성과의 2차전을 마친 뒤 김 감독은 "개막전에서 이승엽과 최형우가 왼손 투수에 대한 타이밍이 좋아 보였다"며 파격적인 투수 기용의 이유를 털어 놓았다. 틀에 박힌 공식보다는 구위가 좋은 투수,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투수를 우선적으로 등판시키겠다는 뜻이었다. 마무리 리즈에 대한 기용 원칙도 확실했다. 김 감독은 "웬만하면 1이닝만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개막 이전부터 김 감독의 파격적이고 변칙적인 용병술은 여러 군데에서 감지됐다. 거포가 아닌 오른손 타자 정성훈을 4번 타자로 낙점했고, 빈약해진 선발 마운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주키치 외에는 고정 선발을 두지 않기로 했다.
2경기를 지켜 본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10일"야구는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만약 결과가 안 좋았더라도 김 감독만의 뚜렷한 야구 철학을 높게 평가할 만하다. 단순한 2연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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