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의 조정석, '은교'의 김무열 등 뮤지컬 무대에서 오랜 시간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배우의 행보도 주목해 봐야 하지 않을까.
5월 11일부터 서울 대학로 소극장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풍월주'에 출연하는 김재범(33)은 데뷔 9년차 뮤지컬 배우다. 그는 '신라시대 남자 기생 이야기'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이 공연에서 남자 기생 사담을 연기한다. 동료이자 오랜 벗인 열을 두고 진성여왕과 삼각관계에 놓이는 역할이다. 여려 보이는 외모 때문인지 '공길전'(2007), '쓰릴 미'(2010~2012), '스팸어랏'(2010)에 이어 또 다시 게이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미지가 굳어질까 싶어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연약한 이미지를 기대하는 관객이 많겠지만 사담은 그보다는 묵묵히 상대를 위하고 어른스러운 느낌이죠, 동성애 자체보다 주인공 간의 관계가 더 중요하니까. 사실 그간 한 게이 역할도 조금씩 다 달랐어요. 공길을 여성스럽게 표현했다면 '스팸어랏'의 허버트는 얼간이에 가깝게 그렸어요."
그는 사실 게이뿐 아니라 연극 '날 보러 와요'(2009)의 성도착증 살인 용의자처럼 독특한 배역을 자주 소화했다. "고3때 대학 진학 상담을 하던 담임선생님이 배우가 되고 싶다니까 황당해 했을 정도로 내성적이었다"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쉽게 접하지 못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자주 봐요. 연기하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연기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죠."
2004년 '지하철 1호선'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그는 대중적 인지도는 다소 낮을지 몰라도 팬카페 회원이 2,000명 넘는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스타다. 그러나 "우연히 오디션에 합격해 뮤지컬에 먼저 발을 들여 놓았지만 부족한 노래 실력 때문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뮤지컬 배우로서 자괴감이 들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동시에 카메라 연기도 익히고 있다. 영화계에서 주목 받는 동료 뮤지컬 배우들이 얼마나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쳤는지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는 거죠. 전체적인 공연의 메시지 전달 이전에 이런 사람이 실제 있다고 믿게 하고 관객이 그 역할을 통해 감정을 느끼고 감동할 수 있게 하는 배우가 돼야죠."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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