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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열풍… '증시 복부인' 公妻들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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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열풍… '증시 복부인' 公妻들이 바쁘다

입력
2012.04.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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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아들 손자 며느리, 심지어 고교 동창 등 친구들 이름으로 청약하는 고객도 있어요. 과거 부동산에 투자하는 '복부인'이 유행했다면, 최근엔 단연 '공처'(公妻ㆍ공모주에 투자하는 주부)가 대세죠."

"공모주만 청약하는 고객들은 은행에서 수억 원을 담보대출 받아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요. 100억원을 끌어오는 고객도 있어요."

최근 공모주 이상 열기를 전하는 증권사 지점장들의 증언이다. 장이 열렸다 하면 보통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서고, 한번에 몇 조원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인다. 가히 '공모주 전성시대'다. 작년 말 세간의 화제였던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는 상장 당일 공모가격의 2배 수준에 거래되는 등 단기간에 100% 이상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만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공모주 열풍은 역설적으로 돈이 갈 곳을 잃었다는 방증이다. 부동산은 거품이 빠진 지 오래이고, 국고채는 수익률이 기대 이하며, 증시는 '꼭지'에 다다라 불안하니 단기 이벤트인 공모에 참여해 짧은 기간 내 수익을 올리겠다는 얕은 계산이 깔려있다. 그렇다고 공모시장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 서울 강남권의 부유층 주부, 고액연봉을 받던 은퇴자, 전문직 종사자 등이 그들만의 돈 잔치를 주도하는 가운데, 일부 사이버 고객들이 입질하는 수준이다.

이정아 한국투자증권 신림동지점장은 "건수보다 금액이 늘고 있는 걸로 봐선 이전에 재미를 본 공모주 투자자들이 청약금액을 늘린 것으로 판단된다"며 "요즘 공모주 수익이 나쁘지 않다는 입 소문에 공모라고 하면 어떤 회사인지 앞뒤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는 '초짜'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사실 공모주 투자는 거액의 자금 동원력이 없는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장밋빛보다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확률이 높다. 청약금액과 경쟁률에 따라 배정물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량이 적으면 공모주 수익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정작 투자자에게 떨어지는 몫은 적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지난달 빛샘전자에 1,000만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맡겼다면 경쟁률(1,000.47대 1)을 감안한 배정 주식은 단 2주(8,800원)에 불과하다. 상장 첫날 상한가(1만100원)에 팔았더라도 9일(청약~상장)간 1,000만원을 묵혀 1만1,400원을 번 셈이다. 만약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면 이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종목의 9일 종가는 9,350원이다.

용케 거액 청약으로 물량을 많이 받더라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탓에 매도 시점을 놓치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올해 상장한 7개 공모주(청약증거금 규모만 10조원) 중 5개는 아직 공모가격을 웃돌고 있지만, 휴비스와 동아팜텍은 이미 20~30%대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공모주의 43%, 48%는 각 3개월과 6개월 뒤 공모가를 밑돌았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공모주펀드의 수익률도 지지부진하다. 공모주에 10~15% 투자하고 나머지를 채권에 투자하는 구조여서 흔히 말하는 '공모주 대박'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1년 수익률은 3~4%대에 불과하고, 일부 펀드는 올 들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투자자를 유혹하는 공모주 물결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품귀 현상이라고 불릴 만큼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높자 올 하반기 공모를 앞둔 기업이 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산은지주, CJ헬로비전 등 거물도 대기하고 있지만 이름도 생소한 중소기업들은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가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공모 조건도 모두 달라 번거롭다"며 "자칫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빚까지 냈다간 위험부담만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간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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