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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뻔뻔스런 '조 퍼포먼스'… 비상식에 갇힌 나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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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뻔뻔스런 '조 퍼포먼스'… 비상식에 갇힌 나꼼수

입력
2012.04.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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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민아 그거 아냐. 네가 이번 대한민국 선거를 좌지우지할 수 있어. 네가 만약에 '이때까지 했던 사과 다 뻥이다' 그러면 야권 다 죽는 거야 X발. 그러니깐 까불지 마 X새들."

9일 공개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공동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막말 발언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에게 한 말이다. 사과 대신 "힘을 이용해 협박하란 말이야" "할아버지들의 유례 없는 총궐기" 식의 조롱만 넘쳤다. 김 후보도 "걸레가 되더라도 버틴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정권 탓, 언론 탓도 여전했다. 방송 타이틀부터 '김용민 대 이명박'이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로 정권심판론이 묻히는 걸 안타까워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들이 진영 싸움으로 이번 사태를 전환시켜 김 후보를 정권심판론 뒤에 숨기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들이 혐오하는 기존의 여야 정치권도 청문회 등에서 도덕성에 문제가 지적되면 사과하거나 사퇴했지 정권 탓, 언론 탓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썩어 빠진' 주류 사회와는 워낙 차별화된 이들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관련 저질 발언에 대해서도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 전범을 공격한 것"이라며 반미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라이스는 아예 강간해 죽이는 거다"는 말에 반대하면 친미이고 아니면 반미인가. 그럼 "부인하고만 떡(성행위의 비속어) 치라는 법 없거든요"는 어떤 거창한 정치 논리로 받아들이면 되는지 궁금하다.

이들의 끊임 없는 시도와는 달리 김 후보가 내뱉은 막말은 상식 대 비상식의 문제이지 보수 대 진보, 민주 대 반민주의 구호로 포장할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 이들이 '쪼잔한 X들'로 지칭한 이른바 진보지도 김 후보 사퇴를 촉구하지 않았는가.

8일 서울시청 앞 '삼두 노출' 퍼포먼스도 압권이었다. 아무리 패러디라지만 김어준씨가 '조'(성기 상징) 퍼포먼스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5,000여명 지지자들 앞에서 점령군처럼 세 과시를 한 것은 상식에 맞서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김 후보는 사과 발언 닷새 만에 "잘못은 처벌할 수 없지만 범죄는 처벌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평생 갚아야 하는 큰 잘못을 저지른 김용민과 큰 범죄를 저지른 이명박 정권과의 싸움"이라는 기발한 논리를 개발했다. 그렇다면 여성 지위 향상을 촉구하면서 '00' 단어 하나가 문제가 돼 낙천한 한 후보의 발언은 '잘못'인가 '범죄'인가. 더욱이 강용석 의원을 향해 "미스터 강이 아직도 의원 하고 있어?"라고 비아냥거리던 그들 아닌가.

"경쟁에는 형제적 경쟁과 적대적 경쟁이 있다. 전자는 남을 살리기 위해, 후자는 고립해서 투쟁하며 남을 파멸시키기 위해 경쟁한다." 적대적 진영 논리에 갇힌 나꼼수가 '정치인으로 첫째 간다'고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장재용 정치부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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