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 한강하구 마을인 경기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한강변을 둘러싼 높이 3m 정도의 철책에 한 무리의 군인들이 달라붙었다. 맨 위에 쳐진 흉물스런 철조선(가시 달린 철선)을 둘둘 말아 걷어낸 뒤 수직으로 설치된 철망들을 하나씩 뜯어냈다.
철 기둥을 뽑는 데는 군용 유압크레인이 동원됐다. 굵은 끈으로 묶어 들어올리자 50㎝ 깊이로 박혔던 기둥이 쑥 빠졌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1시간 남짓 했는데도 약 50m 구간에서 철조선과 철망이 걷혀 한강과 서울외곽순환도로 김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훤해진 전망을 바라보던 전호리 주민 이욱(72)씨는 "철책에 둘러싸인 탓에 이 동네는 김포에서도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전락했다"며 "이제야 속이 후련하다. 군 통제를 받으며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짓던 주민들도 이젠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한강하구를 옥죈 철책 제거가 이날부터 시작됐다. 김포시가 처음 건의를 한 지 11년 만이다. 한강 철책은 군 보안상 필요한 일부 구간만을 남기고 2013년 3월까지 역사에서 사라진다.
가장 먼저 제거가 시작된 구간은 서울시계부터 서쪽으로 김포대교 남단까지 1.3㎞다. 군은 14일까지 5일간 작업을 마무리하고 뜯어낸 철망과 기둥 등을 가져가 재활용한다.
일산대교까지 김포구간의 나머지 8.4㎞는 지상ㆍ수중 감시장비의 3계절 운영 평가가 끝나는 올 12월 이후 철거가 시작돼 내년 3월쯤 마무리된다. 강 건너편 고양시 쪽 철책 12.9㎞ 가운데 3.5㎞는 시와 군부대가 19일께 기념행사를 한 뒤 철거에 들어가고, 나머지 9.4㎞는 군 협의를 거쳐 내년 3월까지 제거된다.
한강하구 철책은 무장공비 침투에 대비해 1970년부터 설치됐지만 남북 대치상태가 완화되고, 첨단 감시장비가 개발되며 철거 압박을 받아왔다. 유영록 김포시장은 "한강둔치가 드디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며 "철책이 제거되면 산책로와 체육시설 등을 조성하고, 서울시계에서 끊긴 자전거도로도 일산대교까지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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