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년 전부터 시내 700여 곳의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넷TV(IPTV)서비스 사업을 둘러싸고 해당 설치업체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당초 이 서비스사업을 유명 대기업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중소업체가 대기업을 사칭해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시의 무상 설치 약속과 달리 어린이집들에 최고 1,000만원의 설치비를 뒤늦게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9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인 2009년부터 지금까지 중소 정보기술(IT)업체인 U사가 서울형 어린이집에 제공한 '우리아이보기 서비스'이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서울시가 지정해 보육교사 봉급 등 운영비를 지원하는 어린이집이다.
안심보육 인터넷TV(IPTV)로 알려진 이 사업은 서울형 어린이집에 영상촬영용 카메라와 녹화장치(DVR)를 설치해 놓고 부모가 월 5,000원씩 내면 인터넷에 연결된 TV나 컴퓨터(PC),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원거리에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서비스다.
문제는 U사가 이 사업을 대기업 통신업체 A사 명의를 도용해 진행했고, 서울시가 이를 알고도 이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2009년 4월 말 각 구청에 보낸 '어린이집 전용 IPTV 시스템 설치 신청시설 제출'공문을 한국일보가 입수해 확인한 결과, 설치업체가 대기업 A사로 적혀있고, '어린이집 전용 IPTV시스템을 무료 설치 지원코자 하니 신청을 접수 받아 시로 제출하라'고 적시돼 있다. 이와 함께 공문의 두 번째 페이지에는 A사를 소개해 놓았다. 하지만 A사에 확인한 결과 명의를 도용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각 구별 평균 40개씩 1,000개의 어린이집에 이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신청이 미비한 구청을 상대로 독려 공문을 2009년 말까지 수 차례 보냈다. 심지어 서울시는 'IPTV 실적을 2010년도 인센티브 사업에 반영하겠다'는 공문까지 발송했다. 그 결과 2009년 말까지 25개구 725개소의 어린이집이 문제의 IPTV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러나 U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의 서비스 신청이 저조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IPTV 설치비를 내놓으라며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청구 비용은 500만~1,000만원에 이른다. 서울시에서 무상 설치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이를 믿고 설치한 어린이집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해명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아 의혹만 키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9년 무상 설치해주는 IPTV 서비스 가입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낸 적이 있으나, 당시 왜 그랬는 지 알 수 없다"며 "U사가 대기업 명의를 도용한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서울시는 2010년 6월 시민단체에서 어린이집에 설치한 대기업 IPTV의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자, 당사자로 지목된 대기업 A사의 항의를 받고 'A사와 관련 없다'는 내용의 해명서를 냈다. 서울시는 이미 명의 도용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에는 몰랐으나 나중에 안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또 무상 설치 공문을 보내놓고도 U사에서 설치비를 요구하는 점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U사를 불러 어린이집에 설치비를 요구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으나 강제할 수는 없다"며 "현재로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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