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미행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 중부경찰서는 9일 삼성물산 직원 이모(44) 부장 등 4명과 삼성전자 나모(43) 차장 등 모두 5명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나 차장은 지난 2월 7일 서울 세운상가에서 대포폰 5대를 구입했고, 삼성물산 직원 4명은 대포폰 4대로 2월 9일부터 21일까지 하루 평균 40여 차례 서로 통화하며 2인1조로 이 회장의 동선을 따라 미행했다. 삼성물산 김모(42) 차장은 2월 21일 이 회장 자택 근처에서 CJ 직원을 차로 치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이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4명이 사용한 대포폰의 통신기지국 위치와 개인 휴대폰 위치, 이 회장의 동선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나 차장은 대포폰 판매업자의 증언과 통화내역에도 불구하고 대포폰 구입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등 5명 모두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대포폰 5대 중 미행을 지시한 '윗선'이 사용한 것으로 판단되는 1대의 사용내역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이 대포폰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입주한 서울 서초동 사옥의 기지국 300m 반경 내에서 130여 차례 사용됐으며, 사용자가 삼성물산 이 부장과만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경찰은 이 인물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대포폰 사용내역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고 덧붙였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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