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나왔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까.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다 보니 원유값이 조금이라도 올랐을 땐 또 얼마나 시끄러웠고요. 과학을 알면 해법이 보입니다.”
‘체험 과학교육의 달인’으로 불리는 황북기(51)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교수가 인천어린이과학관에서 이색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와 함께하는 소리 속 과학여행’으로, 9월말까지 열린다. 제목부터 ‘친근한 과학’이 느껴진다. 그는 “이전까진 없던 전시회”라고 했다. “과학 교육에서 최고의 화두가 창의성임에 틀림없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해요. 이번 전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주는 데 손색 없는 이벤트가 될 겁니다.”
600㎡ 남짓한 전시실을 가득 채운 각종 체험 기구들에 ‘보따리 과학 전도사’의 10년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도플러 효과, 공명, 주파수 등 소리와 관련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과학이론 10여 가지를 직접 체험해 익힐 수 있는 30여종의 기기들이 갖춰졌다.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전시전은 왕왕 열린다. 황 교수는 딱딱한 과학 이론에 이야기(오즈의 마법사)를 씌움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다. 가령, 고양이 소리를 내는 겁쟁이 사자가 공명의 원리를 터득한 뒤 우렁찬 소리를 내는 법을 배워 용감한 사자로 거듭나거나, 소리 주파수의 성질을 깨친 도로시가 목소리 변조장치를 이용해 아저씨나 아기, 로보트 목소리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식이다. 심장이 없어 슬퍼하는 양철나무꾼은 도플러의 원리를 깨친 뒤 자신의 심장 뛰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황 교수는 “한번 보고 들은 과학 이론은 금세 잊어먹기 십상”이라며 “머리로 하는 과학이지만 감성을 자극하고 체험을 통해 근육을 쓰게 하면 훨씬 오래가고 응용력도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강의교수가 아닌 연구교수로서 전국을 떠돌던 황 교수의 과거 10년은 난해한 과학 이론에 옷을 입히고, 색을 칠해 이야기를 만들어 숙성시킨 시간이었다. 2003년부터 연말을 즈음해 선보이고 있는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극’은 좌석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될 만큼 인기 연극이고, 매년 전국 100곳 가까운 초중고를 돌며 벌이고 있는 ‘찾아가는 한양대 이동 과학교실’, ‘이동 환경 과학교실’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런데 그때마다 왠지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다. “‘이런 내용을 항상 보여줄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학생들은 물론 과학 교사들로부터도 극찬 받던 이동 과학교실이지만, 제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도 매번 자리를 바꿔 꾸리는 과학 강연 무대는 재미와 체험을 중시하는 그의 요구를 채우지 못했다.
소리와 관련된 최대의 과학 전시회를 열고 있으나, 그의 구상은 빛, 화학, 전자기 등 다양한 주제의 다음 무대로 옮겨가는 중이다. “빛에 얽힌 이론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이야기로 풀어갈 수 있고, 화학은 ‘알라딘의 요술램프’나 ‘셜록홈즈’, 전자기는 영화‘아바타’이야기로 풀면 딱이겠죠?”
글ㆍ사진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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