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없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것도 권력을 둘러싸고 줄잡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뒤섞여 쟁투를 벌이는 일이다. 실수가 없을 수 없다. 그러므로 문제는 위기관리 능력으로 귀착된다. 실수를 실수로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는 조기경보능력, 초동대처능력, 상황관리능력, 총칭해 위기관리 능력의 수준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모든 실수는 다 쓰라리지만 선거 막판의 실수는 특히 치명적이다. 만회할 시간이 없으므로. 위기관리능력 중에서도 초동대처능력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위기관리는 실수가 나왔을 때 그것을 감지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빨리 느낄수록 유리하다.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가 있었는데도 실수인 줄 모르는 것이 최악이다. 상황은 악화되는데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서울 강남구 갑ㆍ을 공천에서 실수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후보교체를 단행해 3~4일 만에 위기를 수습했다. 반면에 민주통합당은 임종석 사무총장 문제를 한 달 가까이 끌었다. 결국 임종석이 사무총장직과 공천을 반납했지만, 민주통합당이 국면전환을 주도하지는 못했다. 위기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일까? 위기 해소의 해법을 찾지 못했던 것일까? 결과적으로 당은 당대로 임종석은 임종석대로 너무 크게 상처를 입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선거는 어느덧 종반전으로 접어들었다. 공천국면과 이슈경쟁국면을 넘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선거는 여전히 뜨겁다.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은 새누리당에게 심대한 타격을 안기고 있고,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파문은 야권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더 한층 뜨거워진 양당은 앞다투어 상대방 후보들에 대한 검증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당은 문재인, 정세균 후보 등 야권의 상징성이 큰 유력 정치인들을 겨냥하고 있다. 야권은 문대성, 하태경 후보 등 정치 신인들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이렇게 선거막판이 네가티브 공방으로 얼룩지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인물공방이 치열해질수록 정권심판론 구도가 희석될 수도 있음을 야권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위기관리능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사건 중 하나는 선거막판에 터진 조현오 경찰청장 사퇴다. 경찰의 총체적 나태와 무능이 빚어낸 참극인 경기 수원 20대 여성 납치 살해사건이 알려진 직후 터져 나온 국민의 분노를 감안하면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퇴는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에 무슨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조 청장의 사퇴를 위기관리능력의 사례로 언급하는 것은 이 사건의 폭발성과 휘발성이 경찰의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또 다른 형태의 정권심판론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 청장이 이와 같은 정무적 판단을 하고 사퇴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조기 사퇴로 이 사건이 일찍 수습의 가닥을 잡게 됐고 더 이상 정치적 논란거리로 확산되지 않게 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여러 사례에서 거듭 확인되는 바와 같이 새누리당은 위기대처가 빠르고 일사불란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위기대처에 서툴렀다.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도 못했다. 박근혜와 한명숙, 양당을 이끌고 있는 리더의 리더십 차이이기도 하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당 구성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 혼전박빙 지역구가 많은 선거다. 얼마나 혼전이 심하면 초박빙 지역구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이런 선거에서는 털끝만한 빈틈도 곧 패배로 연결된다. 양당의 위기관리능력의 차이가 곧 총선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은 이래서 제기된다. 남은 하루 양당은 어떤 수준의 상황관리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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