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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 쇄신 없으면 총수 사퇴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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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 쇄신 없으면 총수 사퇴 의미 없다

입력
2012.04.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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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사건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당연하다. 경찰은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로 국민의 민생과 치안 체계를 바로잡고 은폐ㆍ조작이라는 조직의 병폐를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은 물론 현장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경찰 총수가 사퇴를 발표한 모양이 어색하다. 책임을 통감하고 새로운 경찰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보다 총선투표를 이틀 앞둔 여권의 정치적 속셈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조 청장이 사건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있다가 대뜸 여론의 추이를 강조하고 나선 대목이 우선 그렇다. 조 청장은 사건 발생 4~5일 뒤 경찰의 무능과 은폐ㆍ조작 사실이 뚜렷이 드러난 시기에도 '일부 경찰관의 실수'로 치부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태도는 사퇴 직전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축소와 거짓말로 국민께 실망을 드린 데 깊이 자책한다"며 사퇴하겠다니 국민들은 아무래도 경찰이 진정으로 자책하고 있다고 믿기가 어렵다.

해당 경찰청 주변에서 아직까지 사건을 은폐ㆍ조작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나흘 동안 자체 감찰을 벌여 결과까지 발표했으나 이후에도 사건의 구체적 진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으로 민생과 치안의 상징인 112 신고전화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상처를 입었으며, 경찰조직에 대한 불신이 크게 팽배하고 있다. 경찰 총수의 사퇴는 오히려 최소한의 조치이며 근본적인 수술을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조 청장이 사퇴의사를 밝히자 청와대가 즉각 수용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2003년부터 경찰청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됐으나 모두 정치적 이유로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청와대와의 인사갈등으로 사임한 최기문씨를 시작으로, 시위농민 사망 사건의 허준영씨, 촛불집회 당시의 어청수씨, 용산참사 과정의 강희락씨 등이 정권의 필요에 따라 임기가 좌우됐다. 임기를 4개월 남긴 조 청장 역시 정치적 이유로 사퇴한 것이라면 112 신고전화 개편이니 경찰조직 정화니 하는 다짐은 또 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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