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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안철수의 총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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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안철수의 총선 정치

입력
2012.04.0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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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로 알려진 안철수 교수의 부산대학 특강이 없던 걸로 됐다. 이를 놓고 SNS와 인터넷 상에서는 반색과 실망의 말들이 부딪치며 소란스럽다. 안 교수 측은 6일 부산대 총학생회의 요청을 받고 고심하다 몇 시간 만에 어렵다고 통보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총선을 이틀 앞두고 고향이자 이번 총선 최대 승부처 중의 하나이기도 한 부산 방문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에 부담을 느낀 듯하다.

그가 부산에 들른다는 소식에 바짝 긴장했던 새누리당 측은 내심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최근 1박을 곁들여 네 차례나 부산을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여왔다. 낙동강 벨트에 몰아치고 있는'양문(兩文ㆍ문재인 문성근)바람'을 차단하지 못하면 자신의 대선 전선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다. 낙동강 전투가 치열한 때에 안 교수가 부산을 방문했다면 누가 봐도 노골적인 야당 지원이고, 판세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는 아직 그렇게까지 나갈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 듯하다.

최근 안 교수의 언행과 동선은 나름대로 치밀하게 조절된 '총선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선 때의 박원순 지지처럼 적극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제한적으로 야권에 힘을 싣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고(故) 김근태 의원 아내 인재근(서울 도봉갑), 박원순 후보 대변인 출신 송호창(경기 의왕ㆍ과천) 두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 표명이 그 하나다. 7일부터는 자료사진이긴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TV광고에 등장했다.

청춘 콘서트를 중단한 지 6개월 만에 선거기간에 맞춰 재개한 강연정치도 예사롭지 않다. 3월 28일 서울대 강연을 시작으로, 3일 광주(전남대)를 돌아 이튿날 대구(경북대)를 찍으며 지역ㆍ진영 타파를 외쳤다. 서울대 강연으로 현실정치 투신에 한 발짝 더 내디뎠고, 전남대 강연에서는 총선에서 뽑아야 할 후보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은 사람, 과거보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대립ㆍ분노보다 원만하고 따뜻하며 인격이 성숙한 사람 등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새누리당에 유리해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다. 과거보다 미래 중시는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국가의 미래를 강조하는 박근혜 컨셉트이다. 말 등으로 드러나는 인격의 강조는 민주통합당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 막말 파문에 가 닿는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는 안 교수가 새누리당을 돕고 있다고 강하게 힐난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잘 뜯어보면 바로 안 교수 자신의 이미지여서 결국 자기정치를 한 게 아닌가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의 강연 내용 중에 더 중요한 대목은 젊은 층의 투표 참여 독려다. 정치를 변화시키려면 젊은 층이 적극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질문한 학생들에게 잔뜩 화가 난 표정의'앵그리 버드'인형을 나눠줬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 이래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선까지 주요 선거의 승패를 가른 것은 2040세대의 분노였다. 그리고 서울시장 보선을 계기로 불어 닥친 '안철수 돌풍'의 핵심 에너지도 바로 이들 세대의 분노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으로 앞당겨진 이번 총선 국면은 여러 차례 판세가 요동쳤다. 최근에는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으로 민주통합당 등의 야권연대가 공천경쟁에서 새누리당에 밀린 형세를 뒤집는가 했더니 김용민 막말 파문으로 상황이 또 달라졌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세대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문제는 김용민 파문이 '분노의 표를 품은'2040세대의 투표장 행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일 것이다.

안 교수가 9일 유튜브에 메시지를 올리면서까지 젊은 층 투표 독려에 나선 것은 다분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총선 정치'로 보인다. 그게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투표함을 열어보면 안다. 그 결과는 12월 대선으로 향하는 그의 행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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