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 12명의 개인전이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속으로 들어왔다. 현재 화단에서 주목받는 30, 40대 미술가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SeMA 청년 2012 : 열두 개의 방을 위한 열두 개의 이벤트' 전에서다.
10일 개막해 내달 17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미디어ㆍ사운드 아트 등 현대미술 장르를 폭넓게 아울렀다. 큐레이터가 정해준 테마가 아닌 작가 각자가 천착하는 주제를 12개의 구획된 공간에 풀어놓아 그룹전시이면서도 개인전의 형태를 띤다.
칠흑 같은 어둠 속 거친 파도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한 척의 배가 어렴풋이 보인다. 가축과 살림살이를 가득 실은 선박은 신의 계시를 따르는 노아의 방주가 아니다. 환경 문제에 꾸준히 관심 가져온 설치작가 진기종씨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의 말로를 '항해'에 담았다. 전시장에 놓인 망원경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은 한층 처참하다.
설치작가 노진아씨의 작품에는 인간을 재현한 로봇 발명에 열을 올리는 인간 욕망에 대한 비판이 녹아있다. 여성의 얼굴과 기다란 목을 가진 20여개의 괴생물체는 관람객이 다가서면 목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마치 사이보그의 실패작과도 같은 섬뜩함이 전해진다. 작가는 이를 통해 '꿈꾸던 기계가 완성되었을 때, 인간은 그들과 어떤 미래를 나누게 될지'를 묻는다.
거대 자연을 압축한 정원을 사운드 아트와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흥미를 끈다. 사운드 아티스트 김영섭씨는 풀벌레 소리 가득한 공간 바닥에 긴 케이블과 작은 스피커를 설치해 마치 정원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씨는 긴 복도 형태 공간에 설치한 LED 빛과 자연의 소리를 통해 8분 30초 동안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위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단면을 드러낸 작품도 있다. 영상과 설치작가 한경우씨는 사물의 절반이 거울에 비쳐 반전되거나 물 속에 잠겨있는 듯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그린하우스'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시각의 한계를 드러낸다. 클로즈업한 자화상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표정에 주목해온 변웅필씨의 최근 달라진 화풍도 만날 수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그러나 정형화되지 않은 가지각색의 포즈를 팝 아트적으로 그려낸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시리즈는 웃음을 자아낸다. (02)2124-8800
이인선기자 kel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