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2년 봄, 영국 런던의 중심가에 있는 건물 유리창은 모조리 박살이 났다. 참정권을 요구하는 에멀리 팽크허스트 등 여성운동가 200여명이 벌인 일이었다. 1913년에는 에밀리 데이비슨이라는 여성이 133년 역사의 더비 경마대회가 열리던 런던 엡섬다운스 경마장에서 말들이 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 "여성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외치며 경마장 안으로 뛰어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크게 다친 그녀는 결국 나흘 후 숨지고 만다.
■ 시위와 죽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꿈적하지 않았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 민주주의는 일정한 세금을 낼 수 있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여성들의 일손이 필요해지자, 영국 정부는 30세 이상 여성에게 선거권을 주었고 10년 후 21세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미국 흑인들도 모든 주에서 실질적으로 참정권을 인정받은 것은 1965년 앨라배마주에서 흑인시위대가 백인경찰에 피습당한 '피의 일요일' 이후였다.
■ 보통선거를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는 25세 남녀에 선거권을 준 코르시카공화국(1755~1769년)이었고, 현존 국가 중에는 뉴질랜드(1898년)다. 남녀 모두에 참정권이 주어진 때는 일본 1946년, 중국 47년, 칠레 49년, 그리스 51년, 멕시코 53년, 페루 55년, 이란 63년이고 스위스는 71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지금도 이슬람교를 믿는 남성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중동국가도 있고 경찰 군인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중남미 국가도 있다.
■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때 곧바로 보통선거를 도입했다. 선거권을 너무 쉽게 확보한 탓인지, 요즘 투표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88년 13대 총선 투표율이 75.8%였으나 14대 71.9%, 15대 63.9%, 16대 57.2%, 17대 60.0%, 18대 46.1%로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특히 20대는 28.1%(18대)에 불과했다. 청년실업에 분노하면서 투표는 안 한다면, 무시당해도 싸지 않을까. 할 말이 있다면, '종이 돌멩이'(paper stoneㆍ투표)를 던지자!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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