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전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희토류 생산과 관련한 155개 기업을 묶어 중국희토류산업협회를 결성했기 때문이다. 무절제한 희토류 채굴을 막아 환경오염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희토류 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게 겉으로 드러낸 협회 출범의 명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가가 희토류 생산을 적극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9일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신화왕(新華網) 등에 따르면 중국희토류산업협회가 8일 베이징(北京)에서 제1기 회원 대표대회를 갖고 출범했다. 이 자리엔 먀오웨이(苗圩)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을 비롯해 국무원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감독자원부, 재정부, 국토자원부, 환경보호부, 상무부 등 유관 부서 관계자가 참석했다. 희토류를 생산하는 지방정부의 공업 부문 담당자와 155개 회원 기업 및 언론사 대표 등도 얼굴을 보였다. 특정 업종의 협회 창립식에 중앙 및 지방 정부의 관계자가 이처럼 대거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쑤보(蘇波)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은 축사에서 "협회의 결성은 국무원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희토류 산업의 발전에 대한 의견'을 실현하는데 있어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희토류 산업의 질서를 확립해 생산 계획 등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희토류 기업의 구조 조정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하며 환경을 보호하는데 협회가 공헌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쑤 부부장은 9일자 띠이차이징(第一財經)일보 인터뷰에서도 "희토류 산업의 환경 오염 문제가 대단히 심각해 희토류를 생산하는 장시(江西)성에서는 푸른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을 정도"라며 "아직도 무분별한 채굴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희토류 보유량은 전 세계의 3분의 1인데 생산량은 전세계 수요의 97%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도 희토류가 많지만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희토류산업협회의 발족에 맞춘 정부 당국자의 이러한 언급은 앞으로 협회를 통해 희토류 생산을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란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은 그 동안 희토류의 무허가 채굴 및 가공을 제한해왔지만 지방 정부는 세금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를 위반할 때가 많았다.
협회의 설립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 정부는 2006년 연간 6만톤에 달했던 희토류 수출한도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만톤으로 줄였다. 그나마 실제 수출량은 한도의 절반에도 못 미쳐 국제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희토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평면 TV,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컴퓨터, 미사일 등을 생산할 때 없어서는 안될 희귀금속 및 재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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