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여성들의 로망도 옛날 이야기가 됐다.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과 결혼한 여성의 비율이 지난 수십 년간 크게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싱크탱크 IPPR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상사와 결혼해 인생역전을 노리는 야심찬 여비서의 이야기가 과거의 일이 됐다"고 전했다.
IPPR은 1958년생, 1970년생, 1976~81년 사이에 태어난 여성들의 결혼 상대자를 조사한 결과 자신보다 교육 수준 및 소득이 높은 남성과 결혼한 비율은 줄어든 반면 동등하거나 더 낮은 계급의 남성과 결혼한 비율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남성과 결혼한 여성의 비율은 58년생의 경우 38%, 70년생은 32%, 76~81년생은 16%였다. 반면 자신과 비슷한 위치의 남성과 결혼한 비율은 34%에서 45%, 56%로 높아졌으며 하향 결혼 비율도 각각 23%, 23%, 28%였다.
여성들이 결혼 상대자의 계급에 미련을 버린 이유는 자의반타의반이다. 미국 랭커스터대 조직심리학과의 캐리 쿠퍼 교수는 같은 계급의 배우자를 고르는 이른바 동류교배가 늘어난 이유가 결혼 생활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같은 계급끼리의 결혼이) 더 안정적이라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지만 사람들은 대개 계급 차이가 크면 갈등도 잦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과학자 캐서린 하킴은 "대부분의 여성은 여전히 부유한 남성과 결혼하고 싶어하지만 여성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그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며 "남자만큼 벌거나 심지어 더 버는 여자가 늘면서 어쩔 수 없이 눈을 낮추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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