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취임 6개월을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민에 빠졌다.
박시장은 시민 운동가 출신답게 취임 초부터 서울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지만 갈길 바쁜 주요 정책들이 행정ㆍ인사 등에서 드러난 문제점으로 거듭 발목을 붙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을 가장 곤혹하게 만든 것은 바로 한강 텃밭사업. 마을공동체를 강조하며 마을텃밭 사업을 추진하던 서울시가 한강 이촌지구에 대규모로 텃밭을 조성하려 했으나, 국토해양부가 관련법 위반을 근거로 제동을 걸면서 양측은 갈등을 겪어왔다.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는 텃밭사업의 장소를 이촌지구에서 노들섬과 용산가족공원으로 옮기기로 했다"며 "팀당 구획을 8㎡에서 6.6㎡로 축소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국토부와의 갈등 해소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 부시장은 "오세훈 전 시장시절에 이뤄진 뉴타운 과다 지정이나 보금자리 주택사업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서해뱃길 사업 등은 국토부가 (서울시에) 제동을 걸었어야 할 일"이라며 "국토부가 이제 와서 한강 텃밭사업을 놓고 서울시에 대해 편협한 법 논리로 문제제기를 했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시장도 4일 저녁 트위터에 "지금껏 해오던 한강변 시민텃밭을 금지하지 않나, 우리 정부 왜 이러나요?"라는 글을 남겨 정부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그러나 변호사 출신으로 평소 '꼼꼼 원순'이라고 불리는 박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텃밭사업에 대한 관련 법령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한 것은 그답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강텃밭 조성사업 중단은 서울시의 잘못된 행정에 기인한 것"이라며 "관계 법령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해 놓고 편협한 법 논리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시장이 취임직후 서울시의 채무축소를 위해 우선적으로 제시한 SH공사의 구조조정안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서울시 산하기관 중 채무비중이 가장 높은 SH공사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할 신임사장 선임 문제가 박 시장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말 SH공사 사장 면접에서 박 시장이 낙점한 최항도 전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이 시의회에서 추천한 임원추천위원들의 인선평가에서 최저점을 받고 탈락했다. 박시장은 이에 격분해 임추위가 추천한 다른 인사에 대해 임명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시의회측과 불편한 관계가 돼버렸다. SH공사는 유민근 당시 사장이 지난달 4일 조기퇴진, 이미 한 달여간 경영 공백상태에 빠져있다. 서울시는 10일 임원추천위원을 새롭게 구성하고 재공모에 나설 예정이지만, 앞으로 한 달 뒤에나 후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재도 SH공사 노동조합위원장은 " '박원순식'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인사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며 "그러나 누가 오더라도 박 시장과 코드를 맞춰 구조조정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H공사는 현재 마곡지구 등의 개발사업이 중지돼 이자 비용만 하루 15억원씩 연간 6,000억원 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도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은 "박시장이 시민운동가ㆍ인권변호사 출신이라 실무능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텃밭사업이나 두꺼비하우징 등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 보다 면밀하고 현실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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