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발언 논란에 휩싸인 민주통합당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가 8일 정치권 안팎의 사퇴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김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 지도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당은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으나, 김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심판 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김 후보의 의사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앞서 김 후보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완주가 목표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승리해야 할 이유가 많습니다. 모든 것은 제가 짊어지고 갑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후보가 정치권 안팎의 빗발치는 비판에도 사퇴하지 않는 이유로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수십만 명에 달하는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등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팬들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압도적으로 많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나꼼수' 팬에 대한 과신에 따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보수ㆍ진보 진영 간 파워게임으로 진행되고 있는 선거전에서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후보가 스스로 사퇴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도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후보 등록을 한 이상 당에서 후보의 거취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후보 스스로의 결정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당 핵심 관계자의 말에서 보듯이 김 후보의 거취에 대해 우유부단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당 지도부가 의지를 갖고 있다면 김 후보 출당 등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당 지도부의 어중간한 태도를 한명숙 대표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기도 한다. 한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내 여러 세력들의 지분을 얻어 대표로 선출됐다. 때문에 김 후보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릴 만큼 한 대표의 리더십이 확고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김 후보에게 거듭 사퇴 압박을 가할 경우 '나꼼수' 팬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 논란으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에게 사퇴를 압박했던 것과 비교해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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