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곰'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는 사이 '잠실 쌍둥이'들은 달구벌에서 개막 2연승의 승전고를 울리며 신바람을 냈다.
두산을 벼랑 끝에서 구한 주인공은 '큰 곰' 최준석(29)이었다. 스스로 아주 뚱뚱하다고 밝힐 만큼 커다란 덩치의 5번 최준석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10-11로 뒤진 8회말 1사 2, 3루에서 넥센의 마무리 손승락을 상대로 천금 같은 좌중간 3루타를 날려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역전 2타점을 기록하며 12-11로 전세를 뒤집은 것도 모자라 이를 악물고 3루까지 내달려 7번 양의지의 안타 때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13번째 득점까지 올렸다. 최준석은 5타수 4안타 4타점.
최고의 순간을 만끽한 최준석은 "외야 플라이만 쳐도 좋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나갔는데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승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승부를 걸어와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었다"며 "몸이 뚱뚱해 베이스러닝을 못할 것이란 선입견을 씻기 위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열심히 뛴 결과 3루타를 기록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두산은 넥센과 무려 40안타를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5-10으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13-11로 승리, 에이스 니퍼트를 내세우고도 패한 개막전의 아픔을 씻어냈다.
LG는 지난 겨울 경기 조작 파문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선발 투수 2명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시즌 전 최약체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LG에는 베테랑 왼손 투수 류택현(41)이 있었다.
LG가 류택현의 호투를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인 삼성을 개막 2연패로 몰아넣었다.
LG는 이날 대구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효과적인 계투 작전을 펼치며 3-2로 이겼다. 전날 이병규의 만루 홈런으로 삼성의 발목을 잡았던 LG는 개막 2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LG가 개막전을 싹쓸이 한 것은 2000년 4월5일 사직 롯데 3연전 이후 12년 만이다.
LG는 0-0이던 8회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장원삼을 상대로 2루타 2개를 포함해 4안타를 집중시켜 3점을 뽑았다. 3-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LG 마무리 리즈는 1안타 1볼넷 2실점을 내줬지만 2경기 연속 세이브를 따냈다.
류택현은 7회 2사 2루에서 4번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1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던져 승리 투수가 됐다. 2010년 7월18일 대구 삼성전 이후 630일 만에 등판한 류택현은 2009년 8월22일 사직 롯데전 이후 960일 만에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류택현은 2010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로 풀렸지만 올해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류택현은 "개막전에 뛰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재기에 성공한 것 같아 내 자신에게 흐뭇하다"고 말했다.
삼성 이승엽은 5타수 3안타 1타점, 장원삼은 7.1이닝 6안타 8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인천에서는 SK가 선발 윤희상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9번 임훈의 선제 결승 3타점 3루타를 앞세워 KIA를 4-1로 꺾고 개막 2연승을 거뒀다. 9회 1사 후 등판한 SK 임시 마무리 정우람은 두 타자를 범타로 요리하고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반면 첫 선을 보인 KIA 외국인 선발 앤서니는 6이닝 8안타 2볼넷 4실점하며 첫 패를 당했다.
부산에서는 롯데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한화를 10-5로 꺾었다. 롯데는 1-5로 뒤지던 4회 6안타와 2볼넷, 상대 야수 선택을 묶어 경기를 뒤집었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용훈이 2.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지난 2009년 8월8일 부산 삼성전(6이닝 1실점) 이후 974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강민호는 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2008년 이후 4년 만의 개막전 2연승을 이끌었다. 한화의 김태균은 3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한편 개막전이 열린 7일 4개 구장에는 9만2,600명의 관중이 몰려 4년 연속 개막전구장 매진을 기록했으며, 8일에도 8만2,51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개막 2연전에 17만5,11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대구=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함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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