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체감 유가 안정을 목표로 도입된 '알뜰 주유소'가 출범 100일을 넘기면서 적잖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K주유소에 처음 선보인 알뜰주유소는 농협주유소 332곳을 포함한 438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양적 증가와는 달리 애초에 기대했던 효과에는 미치지 못한 채 업계 내부의 갈등과 알뜰주유소의 운영난만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1호 점인 K주유소의 경우 출범 당시 용인시 주유소의 평균가격보다 ℓ당 100원이 싸서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용인시 전체 평균으로는 ℓ당 40원 정도 싸지만, 처인구 평균가에 비하면 ℓ당 10원 싸고 인근 최저가 주유소보다는 오히려 비싸다. 서울 1호 점인 금천구 H주유소도 인근 주유소 평균가격보다 ℓ당 8원이 쌀 뿐이고 이보다 싼 주유소가 10개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 주유소와의 평균가격과 ℓ당 100원 정도의 차이를 유지할 것이라던 정부 구상이 빗나간 것은 공동구매를 통한 공급가격 인하 효과가 실제로는 미미했던 때문이다. 어차피 국내 정유사가 기름 공급을 맡고 있어 다른 주유소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데다 정유사도 국제유가가 수시로 바뀌어 안정적 가격인하 여유를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한편으로 알뜰주유소는 처음 최대한 가격을 낮추어 공급했으나 'ℓ당 100원은 쌀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채워줄 수 없었다. 그 결과 소비자의 기대가 식어 알뜰주유소를 찾는 발길이 줄었고, 박리다매 효과도 사라져 최소 수익 확보를 위해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당분간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한국석유공사가 국제 정제유 시장에서 직접 기름을 사들이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으나 성공적 구매를 기약할 수도 없으면서 공기업의 민간시장 참여 논란만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초라한 중간성적표로 보아 앞으로 숫자가 늘어나더라도 알뜰주유소의 효과는 기대난이다. 알뜰주유소를 유일한 유가 안정책이자 유류세 인하 요구 회피책으로 삼아 온 정부로서는 이만하면 자세를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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