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핵 협상을 앞두고 서방과 이란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은 협상에서 주요 핵 시설의 즉각 폐쇄와 영구 해체를 이란에 요구키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서방은 이란이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게 고립과 제재, 군사공격의 위협보다 낫다며 압박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제협상에서 초기 제안은 실현 가능성보다 원칙적 입장을 확인하는 의미가 커, 이란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서방의 제안은 주로 중북부에 위치한 포르도 지하 핵 시설에 집중돼 있으며 농축 우라늄의 생산 중단과, 저장 중인 핵 연료의 국외반출도 포함하고 있다.
이란의 전격 수용으로 추진되는 핵 협상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과 독일로 구성된 이른바 'P+1'이 참가한다. 당초 13일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열기로 했지만 이란이 이라크의 바그다드가 보다 중립적이라고 주장해 최종 협상 날짜와 장소는 미정인 상태다.
서방은 16개월 만에 재개될 협상에서 이란이 먼저 조건 없이 핵 프로그램을 논의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월 협상은 이란이 서방의 경제제재 철회와 이란의 핵 농축 권리 인정을 요구하면서 결렬됐다. 서방은 이번 협상에서 이란이 신뢰를 회복하고 핵무기 개발 의지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핵 발전 프로그램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란 지도부로선 강경해진 서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국내 정치적 입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협상 분위기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란은 기술적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이 있지만 그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서방에 혼란스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할 과학적ㆍ기술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유력 정치인 골람레자 메스바히 모감담이 6일 의회 웹사이트에 올린 이 글이 다음날 사라져 이란 내부에서 핵 협상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추정을 낳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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