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부터 지도자까지의 질긴 인연으로 우승컵을 합작했다.
KGC 인삼공사의 V3를 이끈 박삼용(44) 감독과 이성희(45) 수석코치의 이야기다. 둘은 90년대 배구명가 고려증권의 전성기를 주도했다. 레프트와 세터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던 둘은 국가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으며 한국배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2003년부터는 LG정유(현 GS칼텍스)에서 함께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1년 후배인 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경기감독관으로 있던 이 코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20년 이상을 함께 지내왔던 동료이자 선배라 누구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껄끄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 코치는 흔쾌히 후배를 도와줬다. 2009~10 시즌 플레이오프(PO)에서 사령탑으로 만났던 둘은 희비가 엇갈렸다. 인삼공사는 우승을 차지했고, GS칼텍스 사령탑이었던 이 코치는 PO전 패배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박 감독은 세터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이 코치에게 한수지를 맡겼다. 기복이 심했던 한수지는 이 코치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기자 토스워크가 한층 안정됐다. 박 감독은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동안 (한)수지가 갑자기 흔들렸을 때 이를 잡아줄 코칭스태프가 마땅치 않았다"며 "이 코치가 수시로 원포인트 레슨과 눈빛 등으로 수지를 다독여줬다"며 이 코치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둘의 호흡이 선수 때부터 잘 맞았다는 질문에는 "20년 이상 함께 지냈는데 아무래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안다"며 함께 미소를 지었다.
2007년부터 KT&G(현 인삼공사)를 맡은 박 감독은 최근 3년 동안 2개의 우승컵을 따내며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2009~10 시즌 프로 사령탑 데뷔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박 감독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이 은메달을 차지하는데 공을 세웠다.
대전=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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