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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행복학교 첫 수업/ "엄마 나라의 언어·문화 공부…토요일이 매일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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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행복학교 첫 수업/ "엄마 나라의 언어·문화 공부…토요일이 매일 기다려져요"

입력
2012.04.0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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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선생님 따라해보세요. '젠따오 닌 헌 까오싱(중국어로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사탕을 주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블라가다류 바쓰(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

초등학생 10여명이 신기한 듯 교사를 쳐다보고 이내 한 자 한 자 발음하기 시작했다. 한 학생은 익숙하지 않은 발음에 머리를 긁적이다 엄마를 쳐다보곤 곧 엄마가 가르쳐주는 발음을 따라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엄마와 함께하는 엄마나라 언어여행'이라는 주제로 다문화가정 초등학생을 위해 만든 수업 풍경이다.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전초등학교에는 '토요다문화행복학교(행복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 부모와 함께 온 초등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이날 문을 연 행복학교는 주 5일 수업시대를 맞아 서울시내 다문화가정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소통의 장을 만들어주려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첫 다문화 프로그램이다.

행복학교를 기획한 송연숙 서울시교육청 다문화코디네이터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친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위축된다. 부모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 갖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르게 확립하기 위해선 어린 시기에 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수업은 부모 출신 국가별로 중국반, 일본반, 필리핀반, 러시아반, 베트남반, 몽골반 등 총 6개 분야 12개 학급으로 나뉘어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진행된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함께 할 수 있다.

이날 수업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을 이용한 글자 배우기, 노래에 맞춰 간단한 인사말 따라 부르기, 친구들과 손 잡고 동요에 맞춰 율동 배우기 등으로 진행됐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기 때문에 아빠나 엄마의 고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출신의 결혼 이주여성 홍옥태(43)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엄마가 중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수업을 통해 중국어와 중국문화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베트남 이주여성 김민영(40)씨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려고 구로구에서 송파구까지 왔다"며 "각 구마다 이런 다문화학교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녀들도 만족스러운 분위기였다. 중국어 수업을 처음 들었다는 김해은(10)양은 "중국말을 따라 하기 어려웠지만 선생님만큼 우리 엄마도 중국어를 잘 한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엄마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이 학교의 이중언어강사인 김계향(32)씨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한국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이방인으로 취급을 받기도 한다. 부모들이 이를 피하기만 할 게 아니라 부모 나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행복학교 개교가 그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첫 수업 소감을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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