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여성 성폭행 살해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인식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안이하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사흘 동안 감찰조사를 벌였다는 경찰은 어제 결과를 발표하면서 '112지령실 체계의 문제점과 근무자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고, 관련자 10명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체 감찰결과는 피해 여성의 112신고를 받은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무능력과 근무 태만에 초점을 맞춰 현장의 실수로만 넘기려는 의도라고 비판 받을 만하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 면에서 살펴야 한다. 우선 국민들이 신변보호의 절대적 안전판으로 여기고 있는 112신고가 현실에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사건이 드러난 후에도 경찰은 책임 회피에 급급해 내용을 은폐하고 조작했다는 점이다. 112신고에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미흡했다는 부분은 경찰의 다짐처럼 해당자 문책이나 근무기강 확립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폐ㆍ조작의 행태는 경찰의 고질병이 재연된 것이어서 더욱 심각하다.
감찰 결과를 밝히면서 경찰은 "신고-지휘-출동-수색 활동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지만, 그 과정마다 확인된 은폐ㆍ조작의 행태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제대로 신고를 못 받았다고 했으나 피해자가 80초 동안이나 구조요청을 했음이 확인됐고, 하루가 지나자 80초가 아니라 7분 동안 전화가 연결돼 있었음이 드러났다. 수십 명이 즉각 출동해 주변을 뒤졌다고 속인 흔적이 뚜렷하고, 해당 경찰서장은 다음날 아침에야 알게 됐다고 둘러댔다.
현장의 경찰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ㆍ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지휘부의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경찰청장은 지난주 기회가 있었는데도 한마디 언급도 없이 딴 얘기만 늘어놓았고, 경기지방청장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무성의한 사과문만 발표했다. 사건의 본질은 '공권력의 실수로 인한 피해'에서 나아가 '경찰의 조직적 은폐ㆍ조작'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외부 기관의 엄정한 재감찰, 그에 따른 철저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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