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미국쌀이 한국쌀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다. ‘짝퉁’ 한국쌀 중 상당수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서로 보호하기로 약속한 ‘이천쌀’ 등 우리 브랜드를 도용하고 있어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미국쌀 ‘칼로스’가 ‘이천쌀’ ‘김포쌀’ 등 국산 브랜드로 포장돼 유통되고 있다. 일부는 ‘한국미’ 또는 ‘이천쌀’의 영어식 표기인 ‘RHEE CHUN RICE’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원산지는 포장지 뒷면이나 앞면 하단에 ‘미국’이라고 조그맣게 표기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속아 넘어가기 쉽다.
한국쌀과 품종이 비슷한 짝퉁 한국쌀은 미국 유통업체들이 캘리포니아산 쌀을 구입해 수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현지에서 한국 브랜드로 포장된 후 유럽에 수출되지만 원산지는 ‘미국’으로 표시해 통관 과정에서 제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찰기가 없어 식감이 떨어지는 유럽과 동남아시아산 쌀을 기피하는 유럽 교민과 한국식당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짝퉁 한국쌀의 소비자가격은 20파운드(9.06㎏)당 23유로(3만4,000원)로, 우리가 유럽에 수출하는 한국쌀(27유로ㆍ4만원)보다 17%나 저렴하다.
특히 짝퉁 한국쌀 중 ‘이천쌀’은 한-EU FTA가 보호하기로 한 지리적표시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쌀 브랜드 중 ‘이천쌀’ ‘여주쌀’ ‘철원쌀’은 한-EU FTA 협정에 따라 지리적표시 보호를 받게 돼 있다.
농식품부는 현지 조사를 통해 미국산 ‘이천쌀’이 한-EU FTA 발효 전 EU 개별 회원국에 상표등록이 안 된 것으로 확인되면 한-EU FTA 통상위원회에 수입중단 조치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유통업체가 사전에 상표등록을 했다면 문제 삼기 어렵다. 이 때는 쌀 구입 과정에서 원산지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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