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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집 지은 건축가 구승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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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집 지은 건축가 구승회씨

입력
2012.04.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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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주 만에 관객 180만 명을 돌파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 서연(한가인)의 제주 집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집 앞에 펼쳐진 제주 바다와 2층의 잔디밭은 관객들의 눈을 붙든다. 승민(엄태웅)이 집을 수리 하면서 서연의 키를 표시해놓은 벽과 시멘트에 찍힌 발자국 등 옛 집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 놓는 장면도 돋보인다. 그림 같은 이 집의 소유주는 영화 제작사 명필름이다. "집을 실제로 지으면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이용주 감독 의견을 받아들여 매물로 나와 있던 집을 사들였다. 명필름 관계자는 "영화가 뜨니 출입 통제를 해도 소용없다"며 "하루에도 수십 명이 집을 찾는다"고 전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올레 5길 근처에 있는 이 집은 건축가 구승회(40) 크래프트 디자인 소장의 작품이다. 이 감독과 구 소장은 연세대 건축학과 90학번 동기이자 막역한 사이. 시나리오를 쓰던 이 감독이 3~4년 전부터 "영화를 만들면 집은 네가 맡아 달라"고 했던 게 현실이 됐다.

20년 지기가 만났는데 손발은 잘 맞았을까. 구 소장은 "여태껏 만난 건축주 중에 이 감독이 제일 까다로웠다"고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보여주기 위한 집은 안 되고, 그렇다고 배경으로만 쓰이는 집도 안 된다'는 건축 방향에 합의했다. 구 소장이 서연의 아버지가 몸이 불편하다는 영화 속 설정을 고려해 방 입구마다 턱을 없애는 등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돈이 그다지 많지 않은, 혼자 사는 여자가 지방에다 아버지에게 지어줄 수 있는 집을 상상했어요. 이 감독도 '멋있지만 사람이 살 수 없는 집 말고 소박하고 평범한 집을 지어 달라'고 주문했고요."

그래도 집 짓는 내내 두 사람은 종종 싸웠다. 이 감독이 '과장되지 않은 집'을 요구하긴 했지만 구 소장만큼 '실용적인 집'을 원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 사람이 살아도 괜찮은 집을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그 집이 바닷가에서 15m 떨어져 있어서 파도가 세게 치면 2층 잔디밭으로 물이 튀어요. 보기엔 예뻐도 옆으로 길게 난 폴딩 도어나 천창도 비바람 많은 제주에서 비효율적이죠. 그런데 이 감독이 제가 제시한 디자인을 계속 구박하길래 '너는 건축을 대리 달 때까지만 해서 잘 모른다'며 옥신각신했죠."

'건축가'들이 티격태격 한 과정은 영화에도 담겼다. 영화 속에서 "너무 낯설다"며 번번이 새 집의 디자인을 퇴짜 놓는 서연에게 승민은 "왜 아무것도 못 하게 하냐"며 하소연한다. 이 대사는 구 소장이 집을 지으며 이 감독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영화 속 서연의 집은 5월 말 다시 헐고 재건축에 들어간다. 촬영 일정에 맞춰 급하게 짓다 보니 부실시공이 됐기 때문이다. 재건축도 구 소장 몫이다. 그는 "2층이 넓어지면서 방이 더 생기고 지붕도 새로 올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영화사 측은 집이 10월에 완공되면 영화 인들을 위한 작업실 등 공익적인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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