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3일 구속되면서 2010년 7월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 과정의 전모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인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 컴퓨터 파일 삭제 등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결론 내고 청와대 쪽으로는 칼날을 들이대지 못했다. 하지만 재수사를 통해 이영호 전 비서관과 최종석 전 행정관이 증거인멸의 몸통으로 밝혀지면서 검찰은 은폐과정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정리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공직윤리지원관실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이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점검1팀 직원들의 컴퓨터 파일이 삭제되기 전날인 2010년 7월4일 밤에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 진 전 과장이 한자리에 모였으며 김 전 팀장도 동석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의 휴대폰 위치정보와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진 전 과장과 최 전 행정관은 4일 저녁 서울시내에서 만난 후 이 전 비서관 자택 부근인 송파구 방이동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이들 3명은 김 전 팀장의 집이 위치한 강남구 일원동으로 함께 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4명이 이날 밤 나눈 대화내용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진 전 과장이 밤 늦게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전화해 자료 삭제를 지시한 점에 비춰 증거인멸을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핵심 정황이다.
최 전 행정관은 최근 검찰에서 "이 전 비서관이 나와 진 전 과장에게 자료삭제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튿날 오전 장 전 주무관은 데이터삭제 프로그램인 이레이저를 이용해 총리실 컴퓨터 자료를 없앴다. 장 전 주무관은 이틀 후인 7일에는 '디가우징' 방식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파기했다.
4일 밤 모임이 증거인멸을 모의한 회동으로 결론 내려진다면, 검찰이 1차 수사 때 용케 피해나갔던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을 사법처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팀장의 경우 1차 수사 때 드러나지 않았던 증거인멸 혐의가 추가돼 다시 한번 법정에 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관련자 사법처리가 끝나는 대로 장 전 주무관에 대한 회유 과정에서 동원된 자금의 출처에 대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이 전 비서관의 윗선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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