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넨 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말을 바꾸면서, 장씨가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대한 입막음조로 받았던 1억1,000만원 전체의 출처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정책보좌관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장씨에게 각각 건넨 4,000만원과 2,000만원의 출처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5,000만원은 총리실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라고 주장했던 류 전 관리관은 지난 5일 "'그분'을 통해 (관봉 형태의 돈다발로) 5,000만원을 한 번에 인출해 건넸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5,000만원이라는 목돈을 누군가가 특별한 조건 없이 줬다는 것인데, 그만한 돈을 그것도 관봉의 형태로 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분'이 예사로운 지인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류 전 관리관은 "청와대나 총리실, 기업의 돈은 아니다"라며 방어막을 쳤지만, 이미 돈의 출처에 대해 말을 바꾼 그의 이 말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게 됐다.
정치권에서도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검찰의 류 전 관리관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검찰이 돈의 출처에 대해 '수상한 냄새'를 맡고 은밀하게 자금추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출처 조사를 완벽하게 끝낸 후에 류 전 관리관을 부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때가 되면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며 류 전 관리관에 대해 장씨에게 돈을 건넨 경위에 대한 소명서 제출만 요구한 상태다.
이영호 전 비서관이 장씨에게 건넨 2,000만원의 출처도 의문이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8월 공인노무사 출신인 이우헌 코레일유통 유통사업본부장을 시켜 이 돈을 장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비서관이 건넨 종이봉투를 내용물은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장씨에게 전달했다. 돈이 들어 있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씨는 "내가 돈을 인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처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비서관이 2,000만원의 출처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이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어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가 '영포라인'이 운영하는 기업을 통해 마련한 비자금의 일부라는 주장부터, 정권 실세와 관련 있는 중소기업에서 조달했다는 추측 등이다.
장씨에게 2010년 9월 4,000만원을 건넨 이동걸 보좌관도 자금 출처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류충렬 전 관리관과 이영호 전 비서관에 비하면 설명이 구체적인 편이다. 이 보좌관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고용노동부 업무관계로 알게 된 지인들 중 이인규 전 지원관과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아는 사람들이 성금으로 모든 돈을 내가 직접 시중은행에서 인출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보좌관은 4,000만원 중에서 800만원은 자신이 직접 냈고, 나머지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입증자료를 첨부해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비서관과 진 전 과장 두 사람을 위해 마련했다는 돈이 장씨의 변호사 비용으로 건네졌다는 점에서 이 보좌관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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