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폭행 신고 받고… 불꺼진 가정집은 탐문도 안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폭행 신고 받고… 불꺼진 가정집은 탐문도 안했다

입력
2012.04.06 12:08
0 0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수사 과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당초 112신고센터가 피해자와 통화한 시간이 15초라고 했다가 80초라고 말을 바꿨지만, 피해자가 당한 폭행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4분 간의 녹취가 더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자의 다급한 구조 요청 전화를 받고도 위치추적을 못 한 채 빈집이나 음식점만 수색했고, 불 꺼진 가정집은 아예 탐문하지도 않았다. 불이 켜진 집은 창문에 귀를 대고 내부 소리만 들었다는 것이 탐문의 전부였다.

112 녹취 4분 분량 더 있었다

추가 확인된 4분 간의 전화 녹취는 피해자 A씨와 112신고센터 간의 통화가 아니라, 피해자가 범인 우모(42)씨에게 폭행을 당할 당시 상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경찰은 그 동안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녹취 내용은 관련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 결과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A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신고센터에 전화해 위치를 경찰에 알려준 뒤 곧바로 범인이 강제로 문을 열자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라고 외친 것이 그간 경찰이 공개한 80초 통화 내용이었다. 하지만 A씨가 휴대전화를 놓친 후에도 전화는 끊어지지 않았고 112신고센터를 통해 4분쯤 더 녹취가 계속됐다.

이 녹취에는 A씨가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면서 지르는 비명 소리와 흐느끼면서 "아저씨 살려 주세요"라고 절규하는 소리, 투명테이프나 청테이프로 추정되는 물건을 찢는 소리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잔혹한 범행 수법과 정황 등으로 볼 때 범인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12신고센터는 이런 녹취가 계속되는데도 "거기가 어딥니까, 어디세요"라는 어이없는 질문만 반복했다.

허술한 탐문, 빈 집만 수색

A씨의 다급한 전화가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접수된 것은 지난 1일 오후 10시 50분. 사건 접수 2분 뒤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15명이 신고가 접수된 인근 지역 탐문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의 수색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범행 현장 인근의 빈 집 30여 곳과 그 시간까지 영업 중인 음식점만을 상대로 탐문과 수색을 진행했다.

범인 우씨는 A씨의 전화신고 장소에서 50~60m 정도밖에 안 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A씨를 살해하고 있었지만 일반 가정집은 탐문 수색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경찰은 "불 꺼진 집을 무작정 들어갈 권한이 없었다. 불 켜진 집은 창문이나 문에 귀를 대고 내부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해명했다.

초동수사 부실, 거짓말까지

A씨의 신고 접수 후 사건을 총괄한 경찰 간부의 대응과 거짓 해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원중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에도 "A씨의 신고는 15~20초 짤막한 내용이 전부였고 장소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여기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 당하고 있거든요.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으로요"라고 범행 지점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신고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사건 발생 후 경찰관 35명이 현장에 10분 간격으로 투입돼 샅샅이 탐문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신고 접수 후 2분쯤 지나 순찰차와 형사기동대 차량 등이 추가로 도착해 모두 25명의 경찰관이 A씨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오전 2시30분쯤 순찰차 5대는 돌아가고 경찰관 15명만 남았다. 다음날 오전에야 경찰관 20명이 추가 배치됐다.

경찰청은 초동수사 미흡 등을 이유로 6일 수원중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을 경기지방경찰청 경무과로 대기 발령했다. 또 감찰반을 내려보내 사건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감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