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러시아 출신 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45ㆍ사진)가 미국 법원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뉴욕 남부 지방법원 재판부는 5일 "부트가 콜롬비아 반미 게릴라 단체에 무기를 대량으로 판매하려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부트에게 징역형과 함께 1,500만달러(169억원)의 몰수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종신형을 구형한 검찰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쉬라 셰인들린 판사는 "부트가 실제 테러조직과 관련됐다는 증거가 없고, 함정수사로 검거된 사실에 비춰볼 때 최소 형량인 25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앞서 지난해 11월 살인공모, 무기밀매, 테러조직 지원 등 4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해 부트에게 유죄평결을 내렸었다. 부트는 선고 직후 "진실은 신만이 알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부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무기 암거래 시장의 최고 거물로 꼽힌다. 1990년 소련이 무너지자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온 소련의 재래식 무기를 헐값에 인수해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지역의 독재자와 군벌에게 팔아 넘겼다. 그가 20년 동안 벌어들인 순수익만 6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맡은 역할의 실제 모델이 부트다.
부트는 2008년 태국 방콕에서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으로 위장한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의 함정 단속에 걸려 덜미가 잡혔고 지난해 5월 뉴욕으로 추방됐다. 최근 요인 암살 및 납치 중단을 선언한 FARC는 미 정부가 지정한 테러단체다.
부트의 유죄 판결이 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부트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정치적 주문에 따른 불공정한 평결"이라며 부트의 신병을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6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부트에게 덮어씌운 혐의는 전부 조작된 것"이라며 "그의 귀환 문제를 양국 관계에서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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