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춘, 한국을 벗기다/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발행ㆍ264쪽ㆍ1만2000원
강준만 전북대 교수를 중심 저자로 해 인물과사상사에서 펴내는 '갈마들 총서'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거의 기록 복원에 가까운 방식으로 한국의 근현대 사회문화사를 엮어내는 시리즈다. 지금까지 다방, 축구, 쌀밥, 입시, 어머니, 전화, 자동차, 룸살롱, 담배, 드마라를 다뤘고, 이번 주제는 매매춘이다.
개화기 홍등가의 등장부터 일종의 매매춘 장려 정책인 일제의 공창화 정책, 해방 이후 미군 기지촌의 풍경들과 박정희 정권 시절 수출이나 국방 정책으로 장려된 매매춘, 입만 '엄정 단속'이었지 사실상 정부가 눈 감았던 '기생관광' 등의 역사를 언론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짚어간다.
'소돔과 고모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매매춘 사업이 호황을 구가한 것은 경제 개발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다.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기생관광이 부활했고 티켓다방은 전국을 파고 든다. 1990년대 이후에도 이 기세는 꺾일 줄 몰라 성매매특별법까지 시행됐지만 매매춘의 방식은 IT 진보의 은혜를 보기라도 하듯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았다.
저자는 '시행 8년이 지났지만 성매매특별법은 실패작으로 보는 게 옳을 것 같다'며 한국은 '매매춘공화국'이고 말한다. 도덕적인 분노만 있었지 이를 관철하기 위한 충분한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에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이 성매매 여성의 생계 문제를 포함한 대책 마련에 계속 분투했느냐가 이 문제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지적한다. 한국이 여전히 '양지에선 근엄, 음지에선 게걸'이라는 이중성이 지배하는 사회라며 성매매특별법 같은 '근본주의 처방'보다 이 같은 이중성 해소가 더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