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낙마로 생긴 빈자리에 위정성(兪正聲ㆍ사진) 상하이(上海)시 서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고권력기구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차기 상무위원 자리를 향해서 달리다 해임된 보 전 서기를 대신해 그가 상무위원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가 최근 상하이의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위 서기의 업적을 크게 부각시킨 것은 그를 상무위원으로 띄우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SCMP는 "런민일보의 보도는 보 전 서기가 해임된 뒤 '충칭 모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입장이 알려지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나온 것"이라며 "상하이시와 위 서기가 중앙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면서도 번영을 이뤘다는 점을 강조한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 지도부가 보 전 서기를 해임한 데 이어 소득 재분배와 사회 정의를 골자로 한 충칭 모델까지 폐기하고, 대신 성장과 안정에 초점을 둔 상하이 모델을 내세우기로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CMP는 "이 기사는 위 서기가 5년 전 시진핑(習近評) 부주석에게서 자리를 물려받은 뒤 이룬 성과뿐 아니라 평소 간부들 사이에 사상의 통일을 이루려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시 부주석이 상무위원으로 선출되기 직전에도 런민일보를 통해 그의 업적이 치하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런민일보는 5일자 1면 '상하이가 경제구조를 전환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머릿기사에서 "위 서기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오염물질 배출도 큰 기존의 경제를 새롭게 바꾸는 데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성공이 당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 서기가 시 부주석과 같은 태자당(太子黨ㆍ당ㆍ정ㆍ군 고위직 집안 출신) 소속이란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보 전 서기의 낙마로 타격을 입은 태자당이 정치지분을 지키기 위해 같은 태자당 출신인 위 서기를 밀고 있고, 정치적 균형을 중시해 온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와 상하이방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톈진(天津) 시장을 역임한 아버지 위치웨이(兪啓威)와 베이징(北京) 부시장을 지낸 어머니 판진(範瑾) 사이에서 태어난 위 서기는 칭다오(靑島)시 서기와 중국 건설부장(장관) 등을 거쳤다. 그러나 런민일보가 1월에도 보 전 서기의 업적을 크게 보도한 적이 있다는 점, 위 서기가 67세로 비교적 고령이라는 점에서 그의 상무위원 진출을 예단하긴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공산당은 이달 중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안을 확정한 뒤 8월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열릴 중앙정치국 회의 전까지 상무위원 선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중앙 상무위원 9명은 400~500명 선거인단의 투표로 선출되는데, 유임되는 시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외 7명의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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