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와 호주산 순대 등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버젓이 정부 인증 우량식품이라며 학교급식으로 납품한 사건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지난해 이래 학생들 밥 먹이는 문제를 두고 보수니 진보니 하면서 온 나라가 법석을 떤 뒤끝이 고작 이건가 하는 서글픔을 떨칠 수 없다. 얄팍한 야유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식품 관리조차 담보하지 못하면서 무슨 '친환경 무상급식'까지 하겠다는 건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일단 식품 원산지 바꿔치기인 만큼 학생 건강에 치명적 위해를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슴을 쓸어 내리기엔 급식 관리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너무 크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관들이 업자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받고 학교급식 식품의 안전 및 위생 기준으로 활용되는 해썹(HACCPㆍ식품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마크를 부정 발급한 건 급식재료 관리가 얼마나 느슨한지를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서울시 주민투표를 고비로 친환경 무상급식이 전국화하면서 관심만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급식은 정해진 예산에 맞출 수밖에 없는데,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그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포항에선 무상급식을 위해 시가 식재료 납품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서 업자들의 납품 거부로 학생급식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가짜 친환경 식품이 적발되기도 했다. 모두 정치적 슬로건이 되다시피 한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을 뒷받침할 구체적 행정의 부재로 빚어지는 일들인 셈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의 보편화에 맞춰 각 시ㆍ도는 급식재료를 일괄 구매해 학교에 직접 공급하는 광역학교급식센터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대량구매와 농산물 직거래 등을 통해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급식의 안전과 위생, 맛있고 충분한 양이 보장되지 않는 한 모두 뜬구름 잡는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관련자는 일벌백계로 엄단하되, 불량 식재료가 근절되도록 교육당국과 학교, 식품안전 당국은 유기적인 상시 점검시스템부터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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