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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바둑계 숙원 새 회관 건립… '내곡동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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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바둑계 숙원 새 회관 건립… '내곡동 시대' 열린다

입력
2012.04.0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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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의 숙원인 새 바둑회관의 청사진이 발표됐다. 한국기원은 4일 프로 기사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바둑회관 건립에 관한 설명회'에서 "새 바둑회관을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들어설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문화 시설 용지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 건립되는 바둑회관은 대지 700평에 연건평 2,000평으로 현재 사용 중인 홍익동 회관의 두 배 정도 크기다. 지하철 신분당선 청계역에서 1.5㎞, 3호선 양재역에서 성남 방향으로 6㎞, 차량으로 8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 지역에 앞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새 바둑회관은 바둑 박물관을 겸하기 때문에 전체 면적의 50% 이상을 전시실이나 자료실, 수장고, 강당 등 박물관 시설로 사용해야 한다. 이 밖에 각종 대국실은 물론 기사실, 연구실, 강의실, TV스튜디오, 사무국, 프레스룸, 판매장 등이 자리 잡게 된다.

해당 지역은 현재 구획 정리 사업이 진행 중인데 한국기원은 연말까지 부지 매입을 마치고 내년부터 건축을 시작, 2014년 하반기 중 준공할 계획이다. 2006년에 이미 부지를 매입해 건축 허가까지 받아 놓고도 갑자기 국책 사업에 묶여 삽질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지난 6년 간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새 바둑회관 건립 사업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재개 되는 셈이다.

새 바둑회관 건립 사업은 2001년 허동수 이사장 취임 후부터 추진되기 시작됐다. 이후 3~4년 간 전국 10여개 지역이 회관 건립 부지로 물망에 올랐으나 마땅한 장소가 없어 사업이 진전되지 못하다 2005년 하반기에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현재 위치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새 회관을 짓기로 결정했다. 당시 이 땅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상태였으나 바둑회관에 문화 시설인 바둑박물관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서초구가 대지로 형질 변경을 해 주고 건축 허가도 내주는 등 건립에 필요한 제반 편의를 봐주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6년 2월 내곡동 땅 1,552평을 45 억 원에 매입키로 계약을 체결했고 서초구로부터 건축 허가도 받았다. 한편 땅값을 마련하기 위해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종로회관이 64 억 원에 매각됐다.

그 때까지만 해도 새 회관 건립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잠시 후 뜻밖의 암초에 부딪쳤다. 아직 땅값 잔금도 치르기 전인 6월에 느닷없이 회관 건립 부지 주변지역을 모두 국민임대주택단지 사업 부지에 포함 시킨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이후 서울시로부터 바둑 박물관 건립 승인 불가 방침이 통보됐고 그 때부터 바둑회관 건립 사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관련 정부 방침 또한 미확정 상태로 지속된 탓에 '미결' 상태만 지속됐을 뿐이다. 결국 정권이 바뀌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 선 후에야 2009년 10월 보금자리 주택 지구로 최종 확정됐고 사업 시행자인 SH공사가 본격적으로 토지 수용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한국기원도 2011년 4월에 토지 수용을 완료, 보상금 66억 원을 받았다.

계산상으로는 회관 부지를 매입한 지 5년 만에 20 억 원 가량 차익이 발생했으나 그동안 지출한 각종 제세 공과금과 금융 비용 및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5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대신 SH공사로부터 장차 보금자리 주택 지구 내에 마련될 문화시설 용지 1,352평을 우선 불하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는 점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하지만 막상 땅을 구입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겼다. 우선 땅값이 너무 비싸다. 6년 전 내곡동 부지를 매입할 때는 평당 290만원을 주었고 2011년 수용 때는 평당 430만원을 받았으나 새로 조성될 부지는 지목이 대지로 변경됐기 때문에 가격이 껑충 뛰어서 평당 1,400만 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원에 배정된 1,352평을 다 사려면 각종 부대 비용을 포함해서 200억 원 가량이 필요하다. 한국기원 재정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지난 3월 이사회에서 논의 끝에 당초 계획을 축소, 절반인 700평만 매입해서 회관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 경우 땅값이 100억 원 가량 되고 여기에 건축비 80억 원, 설계 감리 및 각종 인허가와 사무실 이전 비용 등을 합치면 모두 2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한국기원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원은 토지 수용대금 등으로 확보한 현금 자산이 80억 원 정도고 홍익동 회관을 매각할 경우 80억 원, 바둑TV 주식 등 유동 자산이 20억 원으로 추산, 그럭저럭 180억 원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충 20억 원 가량이 부족한데 앞으로 부동산 시세나 건축비가 변동할 경우 부담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바둑계서는 결국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허동수 이사장과 한국기원 이사진, 프로기사, 기원 임직원을 비롯한 바둑계 인사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지만 과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바둑계 일각에서는 새 회관 부지로 꼭 값비싼 내곡동 땅을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일고 있다. 지금이라도 바둑회관 건립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좀 더 값이 싼 다른 장소나 건물을 찾아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기원은 다음 달 중 개최될 기사총회에서 새 회관 건립 사업에 관한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7월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부지 매입 시기나 건축 규모, 자금 조달 방안 등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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