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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이러다간… 신학기 또 줄줄이 전학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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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이러다간… 신학기 또 줄줄이 전학 사태

입력
2012.04.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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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학생 얼굴을 한번도 못 봤는데 개학 첫날 두 명이나 전학을 갔어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서울 A고 1학년 담임 교사 김모씨는 지난달 초 첫 담임업무로 학생 2명을 인근 일반고로 전학 보냈다. 학부모들은 입학도 하기 전 미리 교무부장 면담에 각종 서류 작성까지 마친 상태였다. 김 교사가 작별인사를 온 학부모에게 전학이유를 묻자 "학교가 종교계 사립학교라 교풍(校風)이 좋다고 듣고 지원했는데, 입학도 하기 전 1~2월 내내 받은 국영수 선행학습에 아이가 진저리를 냈다. 자기 페이스대로 공부해야 하는데 이러다간 내신만 불리하고 시달릴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도입 3년째인 자사고가 신학기 무더기 전학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5일 서울시교육청의 2012학년도 3월 자사고 전출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서울 지역 자사고 26곳 중 25곳에서 모두 156명이 전학을 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학생 139명보다도 12%(17명)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해 전학을 선택한 학생 중에는 이미 자사고 생활을 한 해 겪은 2학년 학생이 49명으로 전체 전출자의 31%를 차지한다. 지난해 3월 2학년 전출자 19명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총 22명이 빠져나간 학교도 있다. 미달사태가 속출한 서울이 더 심각하기는 하지만 수도권의 한 자사고 역시 1학년 220여명 중 8명이 전학을 갔다.

이 같은 전출 러시의 원인은 ▦대규모 미달사태로 내신이 특히 더 불리해졌고 ▦학부모가 학원식 몰입교육에 실망하거나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데 등록금만 비싼 점 등이라고 교사들은 꼽고 있다. 한 자사고 교사는 "최상위권 아이들이 '등록금 3배 내고 왔는데 강제로 더 공부시킬 뿐 일반고와 같다'며 2학년 개학 직후 전학을 간다. 중위권 학생들은 '왜 내신손해를 감수하면서 버티냐'고 떠난다"고 말했다. 자사고 교육내용이 학생, 학부모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 시교육청이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학교 다양화에 따른 고교 유형별 학교 및 학생 특성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1년 수학성적이 일반고는 0.97점 올랐지만, 자사고는 오히려 4.92점이 떨어졌다.

무더기 전출의 피해는 남은 재학생과 인근 일반고 학생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1학년 정원의 50%를 겨우 채운 한 서울지역 자사고 교사는 "미달로 전교생이 200명도 안되고 개학 후 또 9명이 전학 갔는데, 학부모총회에서 '애들이 이렇게 적으면 내신이 불리할 텐데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이 쏟아졌다"며 "교사들은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한 자사고에서 미달사태가 나면 그만큼 인근 일반고가 떠안아야 하는데 전학생까지 받아 일반고만 콩나물교실이 되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이는 자사고 지정을 위한 재단전입금 비율(광역시 5%)도 충족하지 못하는 학교까지 전환시키며 '자사고 불리기'에만 집착한 교육당국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전학생이 비교적 적은 학교들은 프로그램 준비가 잘 돼 있고 재단 재정이 튼실한 학교로, 준비 없이 이름만 바꿔 단 학교들이 학생들의 요구를 전혀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당국이 5년 단위로 평가를 해서 자사고를 취소시킬 수 있도록 했지만, 정말 문제가 있는 학교들은 그 이전에라도 일반고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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