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보다는 투수의 생명이 짧다. 아무래도 투수가 더 혹사 당하고, 구위가 조금만 떨어져도 쉽게 난타 당하기 때문이다. 기교와 경험으로 체력을 대신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100승-200세이브 기록을 세운 '기교파'김용수도 마흔 살을 넘기지 못했다. 일본 한국을 오가며 활약한'대성불패'구대성은 41세, 선동렬은 이보다 이른 37세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 기록은 44세까지 던진'무쇠팔'송진우가 세웠다.
■ 현역 투수 중에서는 미국 일본을 거쳐 국내에 복귀하는 한화 이글스의 박찬호(39)가 최고령이다. 그에 비하면 같은 미국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박찬호와 나란히 올해 프로야구 마운드를 달굴 넥센의 김병현(33)은 노장 축에 끼지도 못한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 기록은 지난해 47세로 29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한 구도 기미야스가 갖고 있다. 주니치의 야마모토 마사히로(47)는 지난 1일 최고령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 타자는 체력이나 수비에 한계가 와도 자기 관리만 잘하면 지명타자나 대타로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다. 그래서 국내 프로야구 구단의 현역 최고령 선수 대부분도 타자들이다. SK는 포수 박경완(39), 두산은 터줏대감 김동주(36), 삼성은 13년째 안방을 지키고 있는 진갑용(37), LG는 지난해 말 친정으로 복귀한 최동수(40), 롯데는 홍성흔(35)이다. 이들 중 한 두 명을 제외하면 팀의 간판이자, 팀의 영광과 좌절의 역사를 함께 한 소위'레전드'들이다.
■ '바람의 아들' 이종범(41ㆍ기아)이 개막을 앞두고 최고령 현역 선수생활을 접었다. 어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은퇴 이유를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본인 잘못도 있지만 구단이나 감독의 책임도 없지 않다.'레전드'에게는 개인 성적 이상의 존재가치와 역할이 있다. 삼성 유중일 감독이 이승엽(36)의 합류를 기꺼워하면서 홈런보다 "후배들에게 귀감""팀의 보이지 않는 긍정적 효과"를 언급한 것을 기억하자.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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