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어제 각 정당의 복지공약을 비교ㆍ분석해 언론에 발표한 기획재정부의 행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보고 재발 방지와 주의를 촉구했다. 선관위는 정당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정부 개입으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제9조의 취지로 보아 국가기관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판단은 4ㆍ11 총선을 앞두고 정부에 대해 꺼내든 첫'주의' 카드다. 공무원과 국가기관이 일반적으로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조하는 동시에 선거에 미칠 영향력이 큰 선거기간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환기했다. 선관위의 존재 가치를 부각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선관위 판단에 적용된 공직선거법 9조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법률 위반'의 핵심 잣대로 쓰인 바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과 기관ㆍ단체의 행위를 아주 엄격히 제한한 조항이다.
기재부의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복지공약을 나란히 비교ㆍ분석, 유권자에게 알린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상식으로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어느 쪽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큰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로 더 기울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애초에 '복지공약'분석에 나선 기재부의 뜻이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에 지울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국민생활 방어'차원에서 비롯했다고 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마땅히 지는 이런 헌법적 책무까지 제약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수많은 기본권을 일시적으로 제약하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
기재부는 어제 정치권의 복지공약 점검 결과를 최종 발표하면서 애초의 계획을 수정해 여야 비교표를 생략했다. 지난달 발표된 비교ㆍ분석 결과를 기억하는 사람에게야 실질적 차이가 없지만, 여야를 뭉뚱그려 밝혀 형식적으로는 정치중립 요구에 따랐다. 선관위의 제동이 작용한 셈이다. 속상해하는 기재부의 마음이나 장밋빛 공약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선관위 결정을 존중키로 했으니 꾹 참았다가 선거 이후 활발한 논의에 나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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