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일대는 폭격을 맞은 듯했다. 댈러스에 첫 번째 토네이도가 온 것은 3일 점심시간. 갑자기 나타난 회오리 바람이 세상을 검게 바꾸더니 지상의 모든 것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저녁 때까지 무려 10~12개의 토네이도가 강타한 댈러스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수백 채의 집들이 처참히 무너졌고 차량들은 여기저기 처박혔다. 댈러스 공항에선 110대의 항공기가 피해를 입고 400편의 이착륙이 취소됐다.
하지만 다음날 댈러스 시장은 기적을 선언했다. 마이크 롤링스 시장은 "우리가 큰 총알을 피했다, 이게 바로 기적"이라고 CNN방송에 말했다. 8,000가구와 상가에 전력이 끊기고 주택 650채가 피해를 입고 17명이 부상했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인구 630만명의 미국 4대 도시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의 위력과 숫자에 비해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믿기 힘든 결과였다. 트레일러를 장난감처럼 공중으로 날려버리는 토네이도를 생중계하던 언론은 댈러스의 기적을 전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운 좋게 낮에 발생한 토네이도, 적기에 발령된 경보, 국립기상청과 언론의 적절한 협조체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적을 낳았다고 했다.
어느 자연 현상보다 예측이 어려운 토네이도는 발생 13분 전에 예보된다. 기상청의 토네이도 경보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주민들은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피난처나 집안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몇 시간을 숨죽이고 기다렸다. 가정에서는 지하실 또는 창문이 없는 욕실로, 학교에선 벽이나 계단으로 피했다. 50개주 중 매년 가장 많은 150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텍사스 주민들의 몸에 밴 행동이다. 하지만 희생자가 전무한 가장 큰 이유는 토네이도가 다행히 낮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상학자들은 "사람들이 잠잘 때 발생하는 회오리 바람은 치명적"이라고 했다.
댈러스 인근 알링턴에서 토네이도가 180m까지 접근하며 두 학교 사이로 빠져나가는 등 아찔한 순간들도 없지 않았다. 결국 당국, 언론, 주민들의 노력과 운이 어우러져 댈러스 기적이 만들어진 것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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