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의 울음을 보다 결국 나도 울어버렸다. 통곡의 순간보다 눈물을 참으려 할 때의 그 찡그림이 너무도 격하더란 말이다. 이종범, 그는 내가 고등학생일 때에도 야구선수였고, 서른 중반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야구선수임이 분명하다. 언제나 모든 이들의 기대를 넘어선 플레이를 보여준 야구 천재이자 바람의 아들.
승부욕이 강한 나라지만 상대편 가운데 그가 그라운드에 나설 때는 차마 야유를 보내지 못했다. 그래, 그에게는 절로 박수를 치게 만드는 어떤 자력 같은 게 흘렀고 그에 감전되기 십상인 게 늘 나였던 것이다. 타고난 실력도 그렇거니와 한눈에도 짐작이 될 만큼의 성실한 자기 관리… 그런 그가 눈물의 은퇴식을 하고 있었다.
은퇴, 맡은 바 직책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서 한가로워지는 일이 그것이라면 기자회견장의 그는 턱없이 젊기도 하여 서글픔을 주기에 충분했다. 1970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마흔세 살, 물론 운동선수로 보자면 노장임이 틀림없겠으나 몸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지배하는 것이 또한 스포츠가 아니던가.
요리조리 명분을 만드는 데 급급한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끝끝내 똥 누고 밑 닦는 걸 울며 겨자 먹기로 해 보여야 하는 선수의 입장에 서본 적들 있으신지. 그러니 세상은 공평한가 보다. 연봉은 비교할 수 없이 적다고 해도 노력 여하에 따라 파파 할머니가 될 때까지 나, 책을 읽고 책을 만들면서 책에 묻힐 수 있는 편집자가 내 업이니.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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