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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가요 기립 안한 오사카 교사 32명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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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가요 기립 안한 오사카 교사 32명 경고

입력
2012.04.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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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 오사카의 고교 졸업식. 모든 교직원과 학생이 단상을 향해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제창하는 동안 유독 교감만이 교사들을 마주보고 섰다. "기미가요를 제창하지 않고 입만 뻥긋하는 교사를 색출하라"는 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교감은 이날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은 교사 한 명을 적발, 오사카부의 교육위원회에 보고했다.

오사카의 중학교 졸업식장에서는 행사장에 참석한 학부모가 기미가요 제창 때 기립하지 않는 교사를 학교에 신고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학교에는 "이런 교사는 용서할 수 없다"는 항의전화가 쇄도했다.

공립학교 교사들에 대한 기미가요 기립제창을 의무화하는 직무명령이 올해 초 정식 발동하면서 오사카 지역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명령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오사카부 지사 재직시절 만든 것이다. 하시모토 시장은 "이를 어기는 교사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처벌하겠다"며 전방위 감시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교사들은 "기미가요는 일제 침략시절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며 "지나친 사상 통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사카부는 지난해 하시모토 당시 지사가 당수인 오사카유신회의 주도로 공립학교 교사들은 공식행사 때 기미가요 기립제창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만들었고, 올해 초 일선 학교에 직무명령을 발동했다. 동일한 직무명령을 세번 어기면 원칙적으로 파면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4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직무명령 발동 이후 올 봄 열린 졸업식에서 교사 32명이 불기립을 이유로 경고처분 받았다. 교문 밖에서 기미가요 기립 제창의 부당함을 호소한 교사와 직무명령을 지킨다는 서약서 제출을 거부한 교사는 정년 후 재고용에서 탈락, 사실상 면직됐다.

일선 학교에서 감시단이 활개치고 있지만 하시모토 시장은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한 교사를 적발한 것을 두고, "이렇게까지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시청과 교육위원회 간부들에게 보냈다. 이메일을 받은 교육위 간부는 "학교도 졸업식장도 충성심을 시험하는 장소가 돼서는 안된다"며 "넓은 도량으로 재검토를 부탁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하시모토 시장은 "직무명령을 발동한 교육위원회 간부가 스스로 (단속이) 심하다고 하는 것은 조직의 책임자로서 최악"이라고 반박했고, 결국 이 간부는 지난달 말 옷을 벗었다.

하시모토 시장의 비호 하에 감시단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오사카의 한 부립고교 졸업식에 참가한 부의회 의원은 기립하지 않은 교사를 적발, "입만 뻥긋하는 교사의 사진을 찍었다"는 제목으로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아사히 신문은 "일선 학교 교사들이 기미가요 문제를 두고 누가 감시단인지 알 수 없어 대화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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