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5일 발효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수출 기업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미국에 수출할 때 내는 관세가 줄어들거나 사라지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 '원산지 증명'이라는 난관 때문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려는 품목이 한국산이라는 증명을 해야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한미 FTA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우리 보다 앞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에서는 원산지증명을 못해 관세혜택보다 몇 배나 많은 과징금을 문 사례가 부지기수. 수출 기업들은 당장 회계장부도 새로 작성하고 관세법이나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도 공부해야 한다. 이쯤 되니 관세혜택을 아예 포기하려는 기업들도 생겨날 지경이다.
3일 만난 김일교 에코클라우드 부대표는 이를 누구보다 절감한 사람이다. 에코클라우드는 작년에 FTA 원산지 증명시스템 'FTA인사이트'를 개발한 회사다. FTA가 본격화되면서 원산지증명 시스템이 속속 등장했지만 가상 서버를 활용한 클라우드 방식을 적용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이로 인해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줄였으며 전문 인력을 활용한 컨설팅 업무까지 대행해준다. 때문에 작년 하반기 이후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ㆍ기아차는 300여개 1차 협력사에게 이 회사의 FTA인사이트를 무료 설치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특수가 반갑지만은 않다. 그만큼 사전 준비가 소홀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 간 15명의 컨설팅 팀을 이끌고 전국을 누빈 그는 "현재 기업들의 준비 상태는 아직 걸음마 상태"라며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은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회사들은 원산지증명을 어느 부서에서 담당해야 하는지도 정하지 못한 채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김 부대표는 "연 매출 1조원인 한 자동차 부품사도 자체적으로 3개월 준비하다 결국 우리를 찾더라"며 "한미FTA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원산지증명은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미FTA의 경우 미국 세관이 수출기업에 직접 원산지 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요구하고 세관 수입담당자가 직접 회사를 방문해 실사를 한다. 특히 미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분야나, 자동차 섬유ㆍ의류 전자 철강 농산물 등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김 부대표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생기면 기업들을 끊임없이 괴롭힐 수 있다"며 "철저하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FTA패스'서비스에 대해서는 "개별 기업의 단품 수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협력사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코클라우드는 올해 창립 3년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업 모델인 만큼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전문인력을 더 확충해 기업들이 한미FTA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덧붙였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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