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텃밭으로 간주돼 온 광주 서구을은 이번 4•11 총선에서 여야간 격전지로 부상,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다. 광주 출신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인 이정현 후보가 '호남의 선거 혁명'을 외치며 출사표를 던진데다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 보다는 당 지지율이 낮은 통합진보당의 오병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기 때문이다.
4일 오전 9시 금호동 풍금사거리에는 새누리당 이 후보가 대로변에서 출근길 차량에 연신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로고송에 맞춰 직접 덩실덩실 춤을 추니 시민들의 웃음도 터진다. 그는 기자에게 "광주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정치혁명을 통해 호남의 자존심을 보여줘야 한다"며"민주화를 주도하고 완성한 호남이 이제 국민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두르고 있는 어깨띠에는 '호남예산 지킴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제 몸에 호남의 피가 펄펄 끓고 있다. 4년 간 국회 예결위원으로 호남 예산을 챙겨왔다"며 "앞으로는 편중•편파인사로 소외돼온 호남의 아들, 딸들을 중앙에서 지켜내겠다"고 '호남인재 지킴이'를 자처했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돕는 격이란 반응도 있다'고 하자 그는 "야권이 총선 패배주의와 대선 패배주의에 빠져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회통합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이정현 하나 무서워하는 못난 사람들의 말"이라고 반박했다.
비슷한 시각 통합진보당 오 후보는 향림사로 향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주지스님을 찾아간 것이다. 그는 기자에게 "진보의 길과 광주 정신을 소중하게 지켜온 점을 큰스님이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오 후보는 "고교 졸업 후 서울에 가서 민정당부터 시작해 이회창 대선후보 선대위 전략팀장과 한나라당 부대변인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했던 이 후보야말로 뼈 속까지 새누리당"이라고 이 후보를 공격했다.
이 후보의 '호남예산 지킴이'에 대해선 "국회에서 종부세 감세, 4대강 사업 등에 동의해 국가 대들보를 썩게 만들어 놓고 서까래 몇 개 가져오면 뭐하냐"고 날을 세운 뒤 "내가 국회에 들어가 복지국가 화두를 다시 꺼내 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금풍사거리에서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오 후보의 선거 지원에 여념이 없었다. 이 대표는 "호남 유일의 야권연대 지역에 이명박 정부 동업자인 박 위원장의 측근이 나왔다"며 "역사를 이끌 야권연대냐, 독재로 되돌아갈 새누리당이냐 판단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두 후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속내도 복잡했다. "대구에선 김부겸이 떨어지더라도 광주는 이정현을 당선시켜 광주가 더 수준 높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50대 택시기사), "유신독재의 딸을 광주에서 밀어줄랑가? 이 후보 평이 좋긴 한데 막상 투표장에 가면 1번 찍기는 어려울 것 같은디"(30대 회사원), "시방은 살기 어려워 선거 얘기 안 한다. 민주당을 보면 모두가 못마땅한 친노 일색이더만"(40대 주부) 등 제각각의 반응이 감지됐다.
두 후보 외에 행정안전부 차관을 지낸 무소속 정남준 후보와 성악가 출신의 정통민주당 이점자 후보도 한 표를 호소하며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광주=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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