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증거인멸에 대한 입막음용으로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2010년 4월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전달한 5,000만원은 관봉(官封) 형태의 돈다발이었다는 사실(본보 3일자 1면)이 사진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관봉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을 듣기 위해 장 전 주무관을 5일 오전10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류 전 관리관에게 5,000만원 전달과정에 대한 소명서 제출 명령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다발 사진에는 시중에서는 거의 유통되지 않는 '한국은행 오만원권'이라 기재된 관봉의 기호와 포장번호, 지폐의 일련번호, 가로 세로 이중 띠지 등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윗선' 개입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자금 출처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국일보는 4일 장 전 주무관이 휴대폰으로 찍은, 류 전 관리관으로부터 전달받은 돈다발의 사진을 입수했다. 돈다발은 한국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신권을 납품하기 위해 지폐를 100장씩 묶고 10뭉치를 배열한 뒤 비닐로 압축포장 처리한 관봉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5만원권 지폐의 기조색과 동일한 황토색 바탕에 한국은행 마크와 액면가가 선명히 찍힌 띠지가 지폐 100장 뭉치마다 가로 세로 이중으로 둘러져 있고, 관봉의 기호와 포장번호 등이 명시된 확인서가 부착된 두꺼운 띠지가 돈뭉치 전체를 다시 가로 세로로 둘러싼 형태다. 지폐의 일련번호도 순차적으로 배열돼 관봉의 특징과 일치한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장 전 주무관의 휴대폰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은 뒤 삭제된 자료를 복원, 자금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 사진에 찍힌 관봉 기호(00272)와 포장번호(0404), 지폐 일련번호(CJ0372001B~)가 추적의 단서이다.
한국은행은 한국조폐공사로부터 납품받은 관봉을 시중은행에 무작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관봉 포장번호나 지폐의 일련번호만으로는 언제, 어느 금융기관에 지급했는지 추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서 현금 2,000만원 이상을 인출할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에 그 내용이 자동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자금 인출자의 신원이 밝혀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관측이다.
이 5,000만원은 장 전 주무관이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2심 판결 선고를 받은 직후인 2010년 4월 류 전 관리관으로부터 회유 명목으로 받은 돈이다. 장 전 주무관은 이 돈을 한 달 동안 자택에 보관하다가 주택자금 등에 쓰려고 관봉의 비닐 포장을 해체한 뒤 증거를 남기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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