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의 나라 일본이 카지노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도박 증세가 심각한 일본인들의 사행심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초당파 의원 연맹은 카지노 등 통합리조트 시설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카지노특구'를 신설하는 법안을 이번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일본관광청 고위급 인사도 지난달 31일 카지노 이벤트에 참석, "세금을 쓰지 않고도 재정건전화와 재해복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며 카지노 유치를 적극 찬성했다.
일본이 황금알을 낳는 공룡으로 불리는 카지노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카지노를 통해 적지 않은 재정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에 2010년 카지노 리조트가 문을 열면서 관광객이 20% 늘고, 세수가 350억엔이나 증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업계에 따르면 도쿄의 대표적 관광지 오다이바 한군데에만 카지노를 허가해도 연간 8,200억엔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지노 유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업계의 움직임도 바쁘다. 대표적인 파친코 기계 제조회사인 세가새미홀딩스는 최근 미야자키현 피닉스시가이아 리조트를 인수했다. 이 리조트는 1993년 민관합작으로 건설됐으나 2001년 파산했다. 회사 관계자는 "리조트와 함께 골프 등 스포츠시설 운영에 치중하면서 장기적으로 카지노 시설 유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며 "카지노가 들어오면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카나가와, 와카야마, 오키나와 등 세 현에서도 카지노 유치를 위한 공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가 있는 나가사키현도 카지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지노 유치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 성인 여성의 1.6%, 남성 9.6%는 도박중독증을 갖고 있다. 카지노는 파친코보다 중독성이 강해 도박을 즐기는 일본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아사히 신문은 "카지노 유치경쟁에서 탈락한 지자체에 대한 형평성, 경제효과의 불투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 현실화하기까지 적잖은 논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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