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봉은 한 봉지에 백 개
부어오른 목 안으로 늙은 의사는
누런 불빛을 갖다 대었다
그렇지
새들은 한 마리가 죽으면
떨고만 있지
있지
오리기구를 타고 혼자 떠는 저수지
저녁은 오래된 약통 속의
먼지를 바라보네
약봉지에 적힌 누런 이름과 나이들
내 이름도 있고 당신 이름도 있네
시계를 벗으면
손목의 흰 테두리처럼
후두둑 불려가는 것들로 봄비 번진다
밤새
남은 새
몸에서 밀려오는 요의(尿意)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가장 인상적 장면이 뭐였냐고 물으신다면? 거리의 아가씨로 분한 줄리아 로버츠가 백만장자 리처드 기어와 함께 베르디의 '춘희'를 보러 가죠. 난생 처음 오페라를 감상한 뒤 소감이 어땠냐는 귀부인의 질문에 천진한 표정으로 그녀는 말합니다. "너무 좋아 오줌 쌀 뻔 했어요!" 아, 그래요. 정말 아름다운 건 몸이 먼저 반응하지요. 우리를 쿡쿡 찌르고 두드리는 것을 따라 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이 마음, 아니 이 몸. 오래된 약통 속에 알약들은 먼지와 함께 남겨둡니다. 이렇게 고집부리며 계속 앓다 보면 누군가 요의를 느낄 만큼 멋진 인생, 아름다운 작품 같은 것을 완성할 수 있을까? 봄밤에서 이 아침에 이르기까지 밤새 되물으며 애쓰던 사람 하나 있겠지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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