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경험이 거의 없는 미국의 80대 할머니가 비행 중 사망한 남편을 대신해 경비행기를 조종, 착륙에 성공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스콘신주에 사는 헬렌 윌슨 할머니는 2일 플로리다주 마르코 섬 별장에서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남편 존 콜린스(81)가 조종하는 8인승 세스너414A기에 올랐다. 그러나 목적지인 체리랜드 공항에 도착하기 전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남편은 의식을 잃기 전 할머니에게 조종을 맡겼다. 할머니는 30여년 전 비상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남편의 설득에 따라 비행기 이ㆍ착륙 교육을 받은 적은 있지만, 비행 면허는 없었다.
윌슨 할머니는 안전벨트를 매주려다 남편이 이미 사망한 것을 알았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할머니는 경찰에 연락해 통신으로 지시를 받으며 비행기를 조종했다. 체리랜드 공항 측은 경비행기를 띄워 옆에서 날게 하며 할머니를 도왔다.
착륙은 쉽지 않았다. 공항 상공을 10차례나 선회하고 3차례 착륙에 실패했다. 연료는 거의 바닥나 두 개의 엔진 중 하나는 작동을 멈췄다.
할머니는 네 번째 시도 끝에 앞 바퀴가 부서지고 300m 가량을 미끄러지면서 착륙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갈비뼈와 척추를 다쳤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 면허가 있는 할머니의 아들 리처드 콜린스(55)도 통신을 통해 어머니의 착륙을 도왔다. 그는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며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을 뻔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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