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금천(錦天)의 끊겼던 물길이 다시 열렸다. 문화재청은 4일 저녁 창덕궁 금천교에서 금천에 물을 흘려 보내는 통수식을 열었다. 간단한 축하 공연도 이어졌다.
금천은 조선시대 궁궐에서 흘러나오는 시냇물을 가리킨다. 금천은 조금만 가물어도 바닥을 드러내는 건천이긴 해도 물이 흘렀으나 일제의 궁궐 훼손과 이후 하수관 매설로 물길이 끊겼다. 금천 복원은 2009년 창경궁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창덕궁 금천은 궐내 작은 산에서 내려온 물이 모여 궐내각사 끝자락에서 금천교를 지나돈화문 옆으로 빠져나가 청계천으로 흘러가던 것이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문화재청은 지난해부터 현대건설과 함께 지표수를 개발하고 금천으로 흘러드는 생활하수를 딴 데로 돌리는 공사를 했다. 상류 쪽 물막이 보에 지표수와 빗물, 지하수를 가두었다가 이날 처음 내보냈다. 최근 연이틀 봄비가 넉넉히 온 덕분에 수량이 제법 됐다. 마침 한창인 산수유 노란 꽃과 이제 갓 벙글기 시작한 매화 봉오리들이 그 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신하들은 금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 궁궐로 들어갔다. 다리를 건너면서 삿된 마음을 버리고 깨끗한 정치를 하라는 뜻에서 금할 금(禁), 금천이라 하는데, 창덕궁 금천만은 비단 금(錦)을 쓴다. 창덕궁 금천교는 지난달 보물로 지정된 아름다운 돌다리다. 궁궐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돌다리이기도 하다. 창덕궁 창건 6년 뒤인 태종 11년(1411)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창덕궁 금천에 물이 흐르는 모습은 4~10월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 시간(오후 8~9시)에만 볼 수 있다. 수량이 모자라서 이 시간에만 물을 흘려 보낸다. 평소에도 물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 한번 내보낸 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순환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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